[칼럼] '이재명-김민석'의 슬기로운 밀당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 전당대회 종료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둘러 당 대표 후보들과 자리를 마련한 것은 그 만큼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당선자 뿐 아니라 낙선자들을 함께 부른 것이나, 초저녁에 시작한 만찬을 밤늦게까지 이어간 것도 이례적이다. 각자가 마음에 담아뒀던 소회를 흉금없이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 대통령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혔다. 전대 전부터 김민석과 정청래 대결이 아니라 '명-청 대전'으로 비쳐진 것부터가 그렇다. 이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관여하는 모습이 그런 외관을 형성한 측면도 있지만, 바탕에는 전통 지지층과 새로운 지지층 간의 세 대결 양상이 깔려있었다. 어쩌면 정청래는 자기 세력을 가진 계파의 수장이라기보다는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내세운 상징적 존재에 불과한 인물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코어 지지층' 이탈의 연관성을 둘러싼 민주당 지지층 내부의 시각차는 그 단면이다. 한쪽에서는 이 대통령이 추구하는 외연 확장의 범위와 '공소 취소' 등의 개인적 사안 처리에 대한 불만으로 핵심 지지자들이 흔들린다고 하고, 반대편에서는 부동산 정책과 보완수사권 폐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중도층의 지지 철회라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분명한 것은 6·3 지방선거 후 중도층에서 먼저 빠지던 지지율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핵심 지지층에서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 초기의 코어 세력 이탈은, 그런 기류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우려스런 일이다. 여론조사에서는 이 대통령에 대한 이념적 진보층과 호남 등의 지역적 지지 기반은 아직 탄탄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게 드러났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발표된 민주당 지지층 대상 국민여론조사에서 정청래가 과반을 차지하고, 최고위원 1,2,3위를 친청계가 차지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전당대회에서 정청래를 찍은 46%가 어디로 향할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서 감지된 지지층 이탈 기류
김민석 당선으로 반전 기회 맞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문제 처리가 두 사람의 첫 시험대

김민석 대표 당선으로 이 대통령은 반전의 기회를 맞았다. 민주당의 갈등을 봉합하고 등 돌린 일부 지지층을 다시 끌어안을 계기가 마련됐다. 지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청와대와 여당의 집안 싸움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가 장담한 1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적어도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자주 노출됐던 당정청 간의 불협화음을 최소화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 여당을 이끌게 된 김 대표로서도 이재명 정부의 성공은 중요하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정권이 어려워지면 그의 앞날도 기약하기 힘들다. 민주당의 내분을 수습해 지지층을 한데 모으는 것은 이 대통령 뿐 아니라 김 대표에게도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청와대와 '전면협력의 창조적 수평관계'를 공언했다. 나름대로 고민 끝에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이 한마디에는 분명한 함의가 있다. 이재명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도 '청와대 출장소' 역할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 도드라진다. 부동산 세제 개편 등 민심에 영향을 주는 정책에서 정부에 끌려다니지 않고 여론을 반영한 목소리를 적극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정작 문제는 이 대통령과의 관계다. 지금 정치권에는 김 대표가 총대를 메고 이 대통령의 '공소 취소'와 연임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소문이 퍼져 있다. 김 대표가 최근 인터뷰에서 "조작된 기소는 취소가 원칙"이라고 말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검찰이 잘못 기소했으면 취소하는 게 당연하다는 원론적 의미일 수도 있으나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민주당에는 여전히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한 '조작기소 특검법'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 이 뇌관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김 대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 대통령과 김 대표가 '운명 공동체'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두가 윈원할 수도, 아니면 함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그 전제는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거부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려면 두 사람이 끊임 없이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 대통령과 김 대표가 얼마나 슬기롭게 밀당을 잘 하느냐에 정권의 명운이 달려 있다. 그 여부가 판가름 날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