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대통령 '폭풍 SNS'에 빠진 게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SNS 글에는 복잡한 심경이 묻어난다. 많으면 하루 10건에 이르는 분량과 대상을 가리지 않는 언급, 내용에 담긴 표현 등에서 속마음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추측컨데 이 대통령을 사로잡는 첫번째 감정은 야속함인 것 같다. 그 섭섭함과 언짢음이 먼저 향한 곳은 참모와 장차관 등 관료들일 것이다. 취임 이후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민생을 위해 애썼는데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이들의 소통방식과 홍보가 부족해서라고 이 대통령은 본 듯하다. 현안을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열의와 헌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활발하게 가동하던 이 대통령의 SNS는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신통치 않은 성적표를 받아든 뒤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접어들자 SNS를 줄이라는 측근들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기울기가 더 가팔라지자 이 대통령은 직접 소통에 나서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에게 야속하고 서운한 마음을 갖게 한 보다 큰 동인은 지지층 내의 갈등일 것이다. 이 대통령의 최근 SNS 글에는 검찰개혁에 불만을 가진 이들을 겨냥한 것들이 부쩍 늘었다. 비판의 강도도 높아지고, 표현도 세졌다. "혹세무민하는 무책임한 극단주의자들의 선동" "검찰개혁을 빙자한 사심으로 인사까지 좌지우지" 등의 문구에서 답답함과 억울함을 넘어 분개와 격분의 감정까지 느껴진다.
진보정부의 오랜 과제인 검찰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의 결실을 맺은 것은 누가 뭐래도 이재명 정부다. 개혁의 과정에서 방법론을 놓고 논쟁이 있었지만, 결국 보완수사권도 폐지됐다. 그런데도 중수청장 후보자 자격을 둘러싸고 강성개혁파들이 목소리를 높이자 이 대통령은 더는 참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검찰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지는 한번도 바뀐 적이 없는데 "국민을 속였다"며 몰아붙이자 직접 참전하기로 결심한 듯하다.
주변 참모·관료와 지지층 내부에 서운함 담긴 듯
좀 더 긴 호흡으로 국정 전반 돌아보는 게 바람직
저간의 사정을 감안하면 이 대통령의 '폭풍 SNS'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간과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이 대통령은 참모와 관료들이 미덥지 않겠지만 그들을 수동적으로 만든 책임이 자신에게도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듯하다. 대통령의 '만기친람'은 아랫사람을 복지부동에 길들여지게 만든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만기친람할 시간도 역량도 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 이 대통령이 SNS에 부동산투기, 보이스피싱, 농지전수조사, 북한 포로송환 등 전방위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래서는 악순환이 끝나지 않는다.
범여권의 '개혁갈등'에 맨앞에 서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이 대통령 말대로 중수청, 공소청이 출범한 지금은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팩트체크하듯이 정면 대응에 나서는 건 소모적인 힘겨루기일 뿐이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은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이라며 진영 내부의 단합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후 이 대통령의 SNS에는 지지층 통합보다는 전폭적 지지층에 기우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지금 이 대통령이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함이다. 대통령이 뭔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국민은 불안해진다. 이 대통령으로선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집권 2년차가 지지율 하락으로 발목이 잡혀있는 게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인내와 여유를 갖고 국정을 차근차근하게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 성과는 하루 아침에 번듯하게 나타나지 않을 뿐 아니라, 지지율도 억지로 올리겠다고 해서 순식간에 오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시도 쉴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는 잠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 임기는 이제 4분의 1이 지났을 뿐이다. 이재명 정부가 해야 할 것을, 좀 더 긴 호흡으로 내다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