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대통령, 아직 임기 4분의 3 남았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 국면에서 주가를 올린 한동훈 국민의힘 의원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는 방송인터뷰에서 "김승원을 임명하면 이 대통령이 임기를 못 마친다고 단언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임명하면 "많은 분이 거리로 나와주실 것"이라고도 했다. 저주이자 선동이다. 아무리 권력 집착이 강해도 이런 식으로 정치를 하지는 않는다. 국가보다는 자신의 이해를 우선하는 모습이 대선주자급이라고 하기에는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보수 야권의 공세도 더욱 거칠어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문제를 고리로 추석 연휴를 맞아 장외투쟁을 예고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청문 정국을 이재명 정부 공격의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심지어 윤석열까지 이 대통령 때리기에 가세했다. '계엄 국무회의 위증'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이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이재명의 20대 지지율이 18%에 불과하다"며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뭐가 뛰니 뭐가 뛴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니 보수 야권에 내란 세력까지 끼어들어 총공세에 나서는 것이다.
여권 내부의 양상은 더 심각하다. 지난 8월의 전당대회를 전후로 표출됐던 분열상이 수그러드나했더니 검찰 출신의 중수청장 지명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세력에 업혀서 전전긍긍한다"고 비판해 파문이 일었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장이 자당 출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습이 온당하느냐는 비난이 지지층 내부에서 쏟아진다. 이에 대응해 김 대표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추 지사의 원죄를 상기시키기 위해서라지만 '탄핵'을 입에 올린 것이 논란을 키웠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친명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단순한 노선갈등을 넘어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검찰개혁은 도구에 불과할 뿐 실은 권력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 격하게 맞붙는 것으로 보인다. 추 지사의 느닷없는 참전이 그렇고,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끼어든 것도 심상치 않다. 차기 대선주자인 김 대표 역시 갈등과 분열을 가라앉히기는커녕 오히려 불을 붙이는 듯한 모습이다. 이 모든 행위가 총선·대선을 놓고 벌이는 권력투쟁이란 인상을 국민들에게 준다.
민주당 내부 분열, 노선갈등 넘어 헤게모니 다툼
외연확장 이전에 진영 내 지지층 결집이 시급
이 대통령 임기 1년이 갓 넘은 시점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은 생경하다. 야당에서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는 일이야 흔한 일이지만 진영 내부에서 같은 편 대통령을 흔드는 경우는 없었다. 지지층 내부의 반목과 대립은 국정 지지율 하락세를 가속화하고,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긴다는 점에서 야당의 공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대통령밖에는 없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은 여전히 이 대통령의 중도보수화 전략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지자들과의 약속을 배신하고 검찰개혁 등 개혁 전선에서 뒷걸음질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손가락질이 억울할 수도 있지만 자격 미달의 보수 인사 중용, 과도해 보이는 당무 개입, 같은 진영 내에서의 멸칭 공격에 대한 방관 등이 그런 불신을 쌓았다.
민주당의 외연확장은 필요하다. 국민의힘을 오른쪽 끝으로 밀어붙이고 중도보수 세력까지 껴앉는 것이 민주당 재집권의 필승공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전략도 지지층 통합이 전제돼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집토끼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데 산토끼를 잡겠다고 마냥 산으로, 들로 내달릴 수는 없는 이치다. 이 대통령은 최근 "개혁의 목표와 가치를 한순간도 포기한 적이 없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런 의지를 보다 명확히 밝히는 게 좋을 것이다.
이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지지층 가운데는 '공소취소'와 '연임개헌'을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보수를 끌어들여 '구조적 다수'를 만든 뒤 자신의 사법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대통령이 아킬레스건인 이 두가지 사안을 직접 풀어야 하는 것은 이른바 핵심 코어층 결집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 대통령에게는 아직 임기의 4분의 3이 남아있다. 어떻게든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내야 앞으로 남은 기간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에게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그 첫걸음은 지지층부터 단단히 결집시키는 것이다. 지지층 내부의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