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한동훈 때리기'만으론 김승원 못 살린다
'식약처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는 하나의 단서는 당시 정치적 상황이다. 검찰이 김 후보자 수사에 착수한 때는 윤석열 정부 출범 8개월되는 시점이다. 서슬퍼런 '윤석열 검찰'은 그 즈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서해 피살 공무원 사건으로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속시켰다. 국회 법사위원으로 검찰 공격에 앞장 섰던 김승원은 좋은 먹잇감이었을 것이다.
서울서부지검의 5분의 1에 달하는 검사들을 동원해 2년 가까이 수사한 것만 봐도 그 강도를 알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기소유예였다. 김승원이 식약처장에게 임상시험 계획 승인을 신속히 처리해달란 취지로 부탁한 청탁이 위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김 후보자가 500만원의 정치후원금을 받기로 약속한 사실은 밝혀냈으나 실제 건네지지 않았고, 액수도 미미했다. 아무리 윤석열 검찰이라도 이 정도로 국회의원을 기소하기에는 위신이 서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지금 마치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여도 당시 검찰이 죄다 훝은 것이다. 압수수색을 몇 차례나 하면서 관련자들에 대한 메시지와 카톡, 통화내용을 모두 들여다 봤고, 소환조사도 할 사람은 다했다. 이른바 '오빠 게이트'로 부풀려져 거론되는 최재성, 송영길, 한병도도 일말의 의혹이 있었더라면 검찰이 놔뒀겠나. 그야말로 '넝굴째 굴러온 호박'인데 말이다.
그래서 한동훈 의혹의 무차별 폭로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한 의원 주장대로 김 후보자가 구속감이었다면 당시 '윤석열 검찰'이 무능해서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한 의원은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전반적인 수사감독권을 갖고 있었다. 자기 얼굴에 침뱉는 격 아닌가. 뼛속까지 검찰주의자인 한 의원이 자신의 휘하에 있던 검찰 조직과 검사들을 몰아붙이면서까지 얻으려는 게 뭔지 능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당시 법무부 장관 한동훈의 무차별 폭로 '제 얼굴 침뱉기'
김 후보자 청문회, 통과의례 아닌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문제는 사정이 이렇다해서 김 후보자 논란이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변하지 않는 사실은 김 후보자가 식약처장에게 부탁을 했고, 아래 직원에게 전달이 됐으며, 결과적으로 임상 승인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국민이 눈여겨 보는 건 불법이냐, 합법이냐가 아니다. 국회의원이 누군가의 청탁을 받아 관료에게 전달한 그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공익적 민원 전달"이라는 김 후보자 해명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적지 않다.
고위공직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법리와 사실관계 못지 않게 민심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그 당사자가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직책을 맡은 사람이라면 국민 눈높이는 더 엄격할 수밖에 없다. 김 후보자가 전달한 청탁으로 작전세력은 거액의 이익을 얻고, 소액주주 수만명은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불법적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뭐가 문제냐는 식의 태도는 불 붙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을 뿐이다.
김 후보자가 무지하다면 여권은 안이해 보인다. 청와대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김 후보 청탁 의혹을 소홀히한 책임을 사과하는 게 먼저고, 민주당은 무턱대고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인정해야 한다. 야당의 폭로가 과도하고 저열하다면 관련 증인들을 청문회에 불러 입증하면 될 일이다. 탈법적 폭로를 주도하는 한 의원 대응도 서투르다. 면책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라도 대외비 자료까지 폭로의 도구로 활용하는 한 의원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김 후보자 의혹을 덮으려는 의도로 비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김 후보자 청문회에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청문회를 통과의례로 생각하고 넘어가려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지금의 상황은 이혜훈, 강선우 사태 때와는 다르다. 무턱대고 김 후보자를 지키려 해서는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김 후보자의 해명과 여론의 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냉철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번 만은 제대로 된 정무적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