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끝까지 이기적인 윤석열
대선이 코앞에 닥치자 예상한 대로 '윤석열 탈당 쇼'가 막을 올렸다. 대선 후보를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강제 교체하려다 당원들로부터 혼찌검이 난 국민의힘으로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꺼낸 게 윤석열 탈당이다. 한데, 여기서부터가 고차방정식이다.
가장 좋기로는 윤석열을 제명하고 출당시키면 된다.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고, 유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최소한의 명분이 선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확실한 방법을 두고도 쓰지 못한다. 탄핵 반대 하나로 대선 후보에 오른 김문수부터가 진즉에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극렬 지지층 등쌀이 두려운 국민의힘에 애초 윤석열 출당은 '그림의 떡'이다. 윤석열을 몰아내기 전에 당이 먼저 뽀개질 게 뻔하다.
차선책이 탈당인데, 이것도 쉽지 않다. 윤석열이 순순이 응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다. 들리는 얘기로는 윤석열 주변 인사들이 탈당을 설득하느라 진을 빼고 있다고 한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이 15일 취임 간담회에서 "빠른 시일 내 윤석열을 찾아뵙고 정중하게 탈당을 권고드리겠다"고 한 것은 설득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걸 시인한 셈이다. 윤석열은 며칠 전 김문수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가 서로 믿고 단결한다면 결코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고 했다. 출당이나 탈당은 꿈도 꾸지 말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는 말은 물귀신처럼 당에 붙어있겠다는 선언 아닐까.
국민의힘의 간곡한 종용이 통해 윤석열이 탈당한다 해도 '억지춘향'이나 다름 없다. 윤석열은 생각도 없는데 당장의 선거 판세에 영향을 주려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유권자를 우롱하는 것이다. 윤석열이 탄핵된 지가 언젠데 이제와서 쇼를 하느냐는 핀잔만 돌아갈 뿐이다. 감동 없는 쇼를 보고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절연했다고 여기는 이들도 없을 것이고, 표심이 움직일 리도 없다.
이기적인 윤석열 순순히 응할지 의문
윤석열 미련 못버린 국힘 궤멸 불보듯
윤석열 탈당이 쇼라는 건 국민의힘도 숨기지 않는다. 그러지 않고서야 선대위 요직을 윤석열의 부하들로 채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문수의 일정과 메시지, 수행 책임자는 죄다 윤석열 측근이고, 심지어 '윤석열 대리인'을 선대위 주요 보직에 앉혔다. 당이 온통 윤석열의 사람들로 가득한데, 대주주가 물러난다고 영향력이 사라지나. '눈 감고 아웅한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다.
윤석열 문제가 탈당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탈당이 형식이라면 사과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계엄과 탄핵에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내란이라고는 더더욱 인정하지 않는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왜 불참했는지, 윤석열 탄핵은 왜 반대했는지, 한남동관저에 왜 다수 의원들이 몰려가 체포를 방해했는지, 왜 전광훈 집회에 참석해 극우세력과 손을 잡았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김문수 후보가 고작 "비상계엄이 부적절했다"고 얼렁뚱땅 넘기는 건 자신들 잘못에 백분의 일, 천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윤석열을 모른다. 윤석열은 취임 이래 한 번도 국민의힘을 국정의 한 축으로 여긴 적이 없다. 여당 대표를 자기 마음에 맞는 인물로 수시로 갈아치웠고, 총선을 앞두고는 돕지는 못할 망정 되레 '깽판'을 쳤다. 그에게는 오직 자신과 김건희 등 가족의 안위 밖에는 없다. 지금도 탈당을 하는 게 유리한지, 불리한지 손가락을 꼽아가며 계산에 열중하고 있을 것이다. 당이 위기에 처하든 말든, 끝까지 이기적이다.
윤석열에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국민의힘을 기다리는 건 파국과 궤멸이다. '친윤'은 대선 패배에도 권토중래를 노리겠지만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다. 경선에서 패한 뒤 주가가 올라가는 홍준표는 "어쩌다가 한 X(놈)에게 두 번이나 네다바이(사기)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야 사기당한 걸 깨달았지만 국민의힘은 아무래도 윤석열에게 사기를 더 당할 것 같다. 당이 무너진 뒤에나 그 사실을 알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