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진보가 분열하면 검찰은 부활한다

2026년 10월 2일, 검찰이 폐지된 역사적인 의미

노무현-문재인-이재명 거친 진보진영 숙제 결실

정권 교체로 검찰 부활 안 되게 지지층 결집 필요

검찰이 사라진 2026년 10월 2일의 역사적 의미는 깊다. 특히 진보 진영이 느끼는 감회는 더할 것이다. 노무현에서 문재인을 거쳐 이재명 정부에 이은 검찰개혁 이어달리기가 드디어 결실을 맺어서다. 진보 정부의 오랜 숙원인 '정치 검찰' 해체의 숙제가 마침내 이뤄진 것이다.

검찰은 유독 진보 정부에 가혹했다. 노 전 대통령은 권력이 검찰을 이용하지 않으면 스스로 중립성을 지킬 것으로 믿었다. 이른바 '검찰 성선설'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면전에서 모욕을 가한 '검사와의 대화'에서 드러났듯이 검찰은 자기개혁이 불가능한 집단이었다. 정권 내내 대통령을 무시하고 괴롭히던 검찰은 퇴임하자마자 발톱을 드러내 결국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제도적 개혁에 첫발을 내디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검찰은 놔두지 않았다. 퇴임 후 기다렸다는 듯이 문 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에게 터무니 없는 혐의를 씌워 재판대에 올렸다. 이재명 대통령을 향한 검찰의 공격은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유력 대권 주자를 무려 8개의 혐의를 씌워 기소한 건 수사·기소권 악용의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기에 충분하다. 검찰의 이런 비열한 '정치 탄압'이 스스로를 옭아매 결국 검찰 폐지로 이어진 셈이다.

검찰의 문제는 비단 '정치 검찰'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 수사권 폐지 반대 논리로 제기된 것 중 하나가 검찰이 인권 보호에 앞장섰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2002년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과 2014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은 그런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말해준다. 수사권을 무기로 한 강압 수사 등 피의자 인권 침해 사례는 셀 수도 없을 정도다.

'수사는 검찰이 잘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검찰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로 '거악' 척결을 내세우지만 그동안 정경유착과 권력형 비리 등 대형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선택권은 검찰에만 주어졌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다. 경찰에는 애초부터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비교 자체가 무리다. 실제 발생하는 형사사건의 99%를 경찰이 해결해왔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검찰이 지난 76년간 공고하게 기득권을 유지해온 데는 '검찰·언론·정치 네트워크'의 역할이 지대했다. 보수 정권은 정권을 지키는 충견으로 검찰을 이용하면서 권력을 나눠줬고, 보수 언론은 기사를 매개로 검찰과 공생관계를 맺어왔다. 검찰 출신 정치인들도 검찰 커뮤니티의 든든한 우군이 돼왔다.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검찰개혁 반대 논리를 제공하며 검찰을 감싸왔다.

여론의 지지 속에 검찰이 간판을 내리긴 했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다. 검찰은 늘 위기가 닥치면 잠시 숨을 죽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개를 들곤 했다. 검찰을 지원하는 패밀리 네트워크도 여전히 건재한 상태다. 언제든 생태계가 바뀌면 검찰이 되살아나 포식자로서 활동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걱정은 정권 교체다. 보수 정권이 들어서면 맨 먼저 대못을 빼내 검찰을 부활시키려 할 것이다. 윤석열·한동훈 체제에서 시행령 토씨 한자 고쳐 수사권을 복원했는데, 법안 몇 개 고치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중수청과 공소청을 합치고 검찰에 다시 직접수사권을 부여하리라는 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다. 검사 대다수가 수사 권한도 없는 공소청에 그대로 남아있는 이유는 정권이 바뀌면 자신들이 살아날 거라는 생명 연장의 꿈을 꾸고 있기 때문 아니겠나.

그래서 중요한 건 진보 지지층의 결집이다. 검찰개혁의 방향성을 놓고 진영 내 분란이 계속되면 그 반사 이익은 고스란히 보수 정치 세력에 돌아간다. 검찰을 철저히 분쇄하자며 벌이는 노선 투쟁이 거꾸로 검찰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다면 그 개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정작 지금 해야 할 일은 검찰 폐지 후 새로운 제도가 안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검찰개혁의 성패는 제도의 명분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그러려면 새 형사사법체계가 범죄 피해자 보호와 국가 수사 역량에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지켜보고 보완책 마련에 전력을 기울어야 한다. 이번에 '정치 검찰'을 없애지 못하면 역사적으로 큰 과오를 남기는 동시에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