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검찰에 물어뜯길 윤석열

'명태균 게이트'를 지역의 작은 검찰청에서 가장 수사력이 센 서울중앙지검으로 갖고온 검찰의 속셈은 분명하다. 윤석열과 김건희를 바람 앞 촛불 신세인 검찰 조직을 보호할 제물로 삼겠다는 거다. 만약 검찰이 끝까지 윤석열을 지킬 생각이었다면 그냥 창원지검에 묻혀뒀으면 될 일이다. 어차피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이슈가 생기면 잠깐 반짝하다 마는 언론의 생리쯤은 간파한 터다.

검찰이 그렇다고 명태균 사건을 마냥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명태균 측도 수사팀이 발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파헤쳤다고 인정한다. 검찰이 몇 차례 상부에 올린 수사보고서에는 검건희 관련 의혹이 차고넘친다. 명태균 '황금폰'에 담긴 수십 만건의 녹음파일과 문자 등 증거물을 낱낱이 분석한 결과다. 당장 김건희를 소환해도 사법처리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검찰이 미적댔던 것은 권력 냄새를 맡는 뛰어난 후각 하나로 꼭대기까지 오른 수뇌부가 눈치를 봐서다. 윤석열 정권이 아직 건재한 마당에 윗선 수사는 역부족이니 한동안 캐비닛에 넣어두려 했을 것이다. 그런 계산이 윤석열의 자해적 비상계엄 선포로 180도 달라졌다. 도저히 윤석열이 권좌를 지키기 어렵겠다는 동물적 감각이 발동해 부랴부랴 사건을 가져온 것으로 봐야 한다. 윤석열의 힘이 빠진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고 여겼을 것이다.  

정권이 야당에 넘어가도 살아남아야 할 검찰에게 중요한 건 윤석열이 아니다. 윤석열은 잠시 왔다가 사라지지만 검찰은 영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위아래를 막론하고 일체화된 정서다. 검찰이 윤석열을 따랐던 건 검찰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검찰의 생사여탈권을 쥐고있어서였다. 대세가 기울었다고 판단되면 검찰은 윤석열이든, 김건희든 얼마든지 내줄 태세가 돼있다.

검찰 조직보호 속셈 보인 명태균 사건 이관
윤석열 파면으로 기울자 기민한 태세 전환
윤석열과 정권 사냥개 검찰, 함께 죽을 운명 

검찰을 비정한 권력의 사냥개로 만든 장본인은 바로 윤석열이다. 야당 등 비판세력을 향해 이토록 칼을 무자비하게 휘두른 검찰과 권력은 역대 정부에서 없었다. 자신들의 잘못은 철저히 가리고, 상대편은 없는 혐의도 만들어냈다. 전임 정부에서 진행한 정치적 판단과 정책적 결정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법원이 사실상 검찰의 패배를 선언한 '북한 어민 북송 사건'만 봐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을 윤석열 검찰이 다시 끄집어내 대대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한 게 정상인가.

그 부메랑이 결국 윤석열에게 돌아왔다. 검찰은 정권 내내 수많은 정권의 의혹을 덮었다.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없던 일로 만들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무혐의 처분했다. 출장 조사를 가고 휴대폰을 뺏기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꽁꽁 감췄다. 검찰이 봐줬던 사건들은 이제 검찰 조직을 살리는 회생 수단으로 쓰일 것이다. 검찰 수사권 박탈 여론이 커질수록 윤석열 부부의 각종 의혹이 하나씩 파헤쳐질 것이다.  

윤석열 정권에서 검찰은 사냥개 노릇을 한 대가를 톡톡히 받았다. 검사 출신 이력은 정부 요직과 사기업 임원의 보증수표로 통했다. '친윤' 성향으로 분류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출세길에 올랐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휴지조각이 됐는데도 당근에 길든 검사들은 누구 하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지금도 검사들은 정권이 바뀌면 검찰이 기소청으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으로 날을 지샌다고 한다. 그런 검찰이 이제 윤석열을 제물로 생명연장의 꿈을 꾸고 있다.

윤석열·김건희와 검찰은 한 몸이다. 윤석열이 죽는다고 검찰이 살아날 리 없고, 검찰의 운명을 윤석열이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둘은 함께 죽을 운명이다. 검찰을 방패막이 삼아 권력을 유지해온 윤석열과 윤석열의 그늘아래 무소불위의 수사권을 행사한 검찰이나 모두 국가 공동체를 망가뜨린 '괴물'이다. 그 괴물들이 사라질 시간이 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