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대통령, 지지율 회복의 조건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급락세는 기이하다. 견고하던 지지율이 불과 한달 새 10% 넘게 빠진 건 퍽 이례적이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국정 기조는 바뀌지 않았는데 지지율은 떨어졌다. 그 새 달라진 게 있다면 지방선거다. 그렇다고 선거 패배는 아니다. 그러니 집권 1년 만에 데드크로스까지 나온 상황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뚜렷한 실마리를 찾기 어려우니 거론되는 원인도 제각각이다.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 투표용지 부족 사태 책임론, 민생 경제 악화, 보수 진영 결집 등. 어쩌면 이 모든 게 어우러져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그래서 더 고약하다. 정확한 이유를 알아야 고치고, 보완하고, 개선할 텐데 해법이 명확하지 않다. "엄중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는 원론적 반응에서 청와대의 복잡한 심경이 묻어난다.

청와대를 더 곤혹스럽게 하는 건 지지율을 단기간에 회복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른바 '명청 갈등'의 화약고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는 아직 두 달이나 남았다. 그 사이 갈등의 골이 얼마나 더 깊이 패일지 가늠조차 어렵다. 선관위 개혁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려면 족히 몇 달은 걸려야 하고 물가와 환율, 부동산 등 민생 문제도 당장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은 단순한 전광판이 아니다. 그때그때 국민이 정권을 평가하는 성적표다. 지지율이 높으면 국정 운영에 동력이 생기고 정책이 힘을 받는다.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천금의 무게가 실린다. 반면에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리더십이 서지 않는다. 관료들이 소극적이 되고 정책은 겉돌기 마련이다. 권력이 모래알처럼 손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그냥 넋 놓고 바라봐서는 안 되는 것이다.

길을 잃으면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초부터 고공 행진을 했다. 투명하고 속도감 있는 행정력이 돋보였다. 새로운 지지층이 유입됐고, 보수 진영에서도 "일은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념보다는 실용을 내세우고, 성과와 능력을 중시하는 태도가 단단한 지지의 바탕이 됐다. 지금도 이런 양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집권 1년만에 데드크로스, 위기상황
'공소 취소' 문제 해결이 우선 과제
'양극화 해소', 국정 목표로 삼기를

정작 이 대통령이 초심을 잃은 것은 본인과 관련된 문제다. 이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5개 재판이 중지돼 임기 후에는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윤석열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억울한 지경이 됐지만 대통령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대통령도 처음에는 연연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여당이 이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하자 청와대는 단호하게 "이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제동을 걸었다.

그런 이 대통령이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 국무회의에 검찰총장 대행을 불러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자신에 대한 공소 취소를 압박한 것이라고 여기는 국민이 많다.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잘못된 게 있으면 바로 잡으면 되는 것"이라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 이런 마당에 조작기소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발의가 대통령 의중과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공소 취소'는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에서 정부를 공격하는 단골 메뉴가 됐다. 어떤 현안과 이슈를 다루더라도 결론은 '기승전 공소 취소'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진보 진영 내에서도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국정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분야별로 추진하는 정책의 방향은 비교적 명확한데 이를 꿰뚫는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하자면 '양극화 해소' '불평등 해소'를 국정의 슬로건으로 내세웠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서 양극화 문제는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됐다. 소득 격차, 2030 문제, 지역 불균형, 자영업 붕괴, 부동산 논란 등 사회 전분야에서 첨예한 갈등과 분열을 낳고 있다.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대한 과제다.

지지율을 높이는 것은 결국 국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은 개의치 않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힘쓴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집권자의 자리는 빼앗아 누리는 행복의 기회가 아니라 위임받는 무한책임"이라고 말했다. 국민에게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오롯이 이 대통령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