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는 '절대 존엄'인가

전국 법원장 회의에 이어 전국 법관 회의에서도 대안 없이 내란전담재판부 위헌 소지 결론만 도출한 데 대해 사법부 자정 기대가 수포로 돌아갔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법원장뿐 아니라 평판사 등 사법부 구성원 전체가 사법부의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기득권 수호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특히 사법부 불신의 근원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불만이나 제언이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법원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법원장들과 전국의 평판사를 대표하는 법관들이 사흘 간격으로 회의를 열어 똑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은 법원의 일체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입니다. 당초 예정된 법관회의 안건은 법관 인사·평가제도에 관한 의견 표명이었는데 법원장 회의가 열린 후 변경됐습니다. 내란재판부 국회 통과가 임박한 상황에서 법관 대표들의 공식 의견 표명이 필요해서였다라고하는데 법원장 회의 결과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습니다. 결국 내란재판부와 법왜곡죄 신설이 가져올 권한 침해와 위상 저하에는 법원 내에서 상하를 가릴 것 없이 일치단결하고 있음을 과시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부를 구성하는 판사들의 인식이 국민 일반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입니다.  

이날 법관 회의에서는 내란재판부의 위헌성에만 초점을 맞춰 의견을 표명하는 건 국민을 설득할 수 없으므로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왔지만 소수에 그쳤습니다. 그나마 나온 게 "내란 재판에 대한 국민의 우려도 인식하고 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였습니다. 판사 집단에서 개혁적인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알려지는 법관 회의에서 어렵게 낸 방안이 이 정도입니다. 국민들이 사법부에 갖고 있는 불신과 불만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어 구색갖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관 대표들이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준 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7월 열린 법관대표 회의에서 '사법 신뢰 훼손'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상고심에 대한 입장 발표가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미루더니 이마저 무산됐습니다. 사법 불신을 초래한 대법원의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논의하기는커녕 최소한의 공감대조차 형성하지 못한 것은 판사들 스스로의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시인한 것입니다.

윤석열과 내란 세력의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법부 구성원들은 여태껏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각급 법원장들이 '위헌적 비상계엄'이라고 에둘러 표현한 것도 지난 5일 법원장 회의가 처음이었습니다. 법원장들은 계엄 이후 열린 두 번의 회의에서 계엄에 대한 성격 규정은 한마디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일선 판사들의 경우도 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주요 의제는 모조리 반대하면서도 비상계엄과 내란에 대한 의견 표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금도 계속되는 지귀연 재판부의 '침대 재판'과 서울중앙지법 영장판사들의 구속영장 줄기각, 심지어 내란 사건 변호인들의 법정 소동과 조롱에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 방관과 무책임의 중심에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있지만 사법부 구성원들에게는 무소불위의 존재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이번 법원장 회의와 법관 회의는 조 대법원장이 지난 3일 이 대통령 초청 오찬에서 사법제도 개편안에우려를 나타낸 것이 신호탄이 됐습니다. 비상계엄에 대해 조 대법원장의 공개 메시지가 단 한차례도 없었던 것도 사법부 전체 구성원의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합니다. 계엄 직후 대법원이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면 내란재판부 설치도 법왜곡죄 신설도 논의되지 않았을 거고, 국민들이 불안에 시달리는 일도 있을 리 없습니다.

사법부의 개혁 의지 실종은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대법원장이 사법부 인사·행정 등 모든 권한을 독점해 사법 독립과 민주적 통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게 내란 사태로 실증됐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들끓는데도 일선 판사들조차 침묵하는 데는 내년 초 단행될 법관 인사가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 남용과 편파적 사법행정이 사법부 내 중앙집권적 구조를 강화해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끊이지 않았습니다. 반성과 사과 없는 사법부의 환골탈태를 위해선 제도 개선을 통한 대법원장의 권한 분산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아침햇발] '제왕' 조희대의 맥거핀 전략

사법부가 내란재판부와 법왜곡죄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한 것은 외부 개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재성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이런 행태는 반사법개혁 투쟁의 전초전인 동시에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퇴진 요구를 차단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고 말합니다. 내란을 잉태한 법조 엘리트 카르텔을 해체하고 부당한 특권을 회수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합니다. 👉 칼럼 보기

[2030의 정치학] 정년 연장, 대기업 정규직이 양보하라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제계 입장이 팽팽히 맞서 해결이 요원해 보입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법적 정년 65세 상향에 있어 먼저 고민해야 할 건 세대 갈등이 아닌 계층간 불평등이라고 지적합니다. 정년 연장을 둘러싼 지금의 논쟁은 대기업과 공공기관 등 형편이 나은 일자리의 정규직에게나 적용될 얘기지, 열악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언감생심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