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의 '대통령 패싱', 대선 불복 아닌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이은 대법관 '서면 제청'
이 대통령 인정하지 않겠다는 내심 드러났다는 해석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대법원장 대법관 제청 폐지 필요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이런 행위는 사실상의 '대선 불복'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청와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대통령과 면담 형식을 통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 온 그간의 관행을 깨는 것은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명이라는 얘깁니다.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조 대법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대면을 거쳐 대법관을 제청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런 의도는 더욱 도드라집니다. 정치권에선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시한 조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현행 헌법에서는 104조에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할 때 대통령의 임명권은 물론 국회의 동의권을 존중하라는 의미입니다. 역대 대법원장들은 이런 헌법 취지에 따라 독단적인 제청권 행사를 자제해왔습니다. 청와대와 사전접촉해 의사가 일치하는 후보를 먼저 추리고, 최종 제청은 대법원장이 직접 대통령을 찾아 대면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왔습니다. 대통령과 사법부의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였던 셈입니다.
대표적 사례가 윤석열 정권 당시인 2023년 김명수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입니다. 당시 김 대법원장이 새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려하자 대통령실은 거론되는 인물의 이념 성향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언론에 흘렸습니다. "현행법상 대법관의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라며 거부권 행사는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기도 전에 대통령실이 사실상 특정 후보를 찍어 배제를 시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김 대법원장은 결국 대통령실의 의견을 수용해 다른 대법관 후보를 제청해 사태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조 대법원장의 행태는 정반대입니다. 앞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사유도 제대로 밝히지 않고 6개월 동안 미루더니, 이번에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 후보까지 두 명을 한꺼번에 제청했습니다. 그것도 청와대와 사전 협의 없이 종이 한 장 보내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대법관 임명권을 가진 이 대통령과 선호 후보가 다른 것으로 확인되자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고 버티다 더 미룰 수 없게 되자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청와대에 공을 떠넘겼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여권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제기됩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대선 직전 이 대통령이 2심에서 무죄받은 사건을 전례없는 속도로 파기환송해 대선 개입 논란을 불렀습니다. 대법원이 재량권을 남용해 국민주권주의를 침해하려 했다는 의혹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여태껏 왜 재판을 이례적으로 서둘렀는지 직접 국민이 납득할만한 해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후에도 조 대법원장은 사법개혁과 관련해 이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여러차례 했습니다. 이같은 내심이 이번 대법관 후보 제청 대통령 패싱으로 나타났다는 게 민주당 안팎의 시각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행 제도는 1972년 유신헌법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그 전에는 법관들로 이뤄진 법관추천회의가 대법관을 제청하면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했습니다. 이를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장기집권 수단으로 말 잘 듣는 대법원장을 통해 대법관들을 통제하기 위한 의도로 도입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법원장이 법원장들을 줄세우고, 대법원이 동등한 합의체가 아닌 대법원장 주도의 재판부로 변질됐습니다. 미국이나 독일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권이 없으며, 대법원장도 대법관 중 한 명일 뿐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7년 만들어진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 폐지에 의견을 모았고 당시 여야 의원들도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대법원장 1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부여해 '제왕적 대법원장'을 탄생시켰다는 비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대안으로는 대법관추천위원회가 제청하고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임명하는 방식과 법조인들의 선거로 대법관을 선출하는 방안이 거론됐습니다. 헌법을 무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깔아뭉개는 조 대법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서면 제청' 파장이 일파만파입니다. 박용현 한겨레신문 대기자는 독립적이어야 할 법관들이 대법원장을 정점으로 위계화되고, 대법관들마저 대법원장의 일개 수하로 인식되며, 법관들은 국민의 법 상식을 유념할 아무런 필요도 느끼지 않는 '그들만의 성채'가 지금 사법부라고 비판합니다. 이같은 식민사법 유산의 병폐를 가장 집약해 보여준 게 조희대 사법부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언론을 적으로 보는 '전설의 과방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최민희 의원의 적대적 언론관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주영 경향신문 기획콘텐츠총괄은 정권에 비판적인 매체나 기자를 골라 배제하고, 특정 보도의 배경을 캐물으며 위축시키는 수법은 불과 몇해 전 윤석열 정부에서 숱하게 보여준 언론 통제 방식과 겹친다고 말합니다. 최 의원이 과거 정부의 '입틀막'을 비판했듯이 자신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는 지적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