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사태' 끝내려면 헌재밖에 없다
대통령 임명권은 실질적 권한으로 대법원장 제청권보다 우선
청와대, 권한쟁의심판 청구 선 긋지만 적극 검토 필요성 제기
헌재 구성, 중도진보 우위 구도로 중립적 판결 내릴 가능성 커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이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헌법재판소 결정밖에 없다는 견해가 제기됩니다. 여권 입장에선 지지율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조 대법원장 탄핵 카드를 사용할 수도 없고, 손봉기 후보자 국회 동의 요청은 패배를 자인하는 꼴이 됩니다. 그렇다고 국정 운영의 주체로서 조 대법원장이 퇴임하는 내년 6월까지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법조계 등에서는 이번 기회에 헌법적 해석을 분명히 해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이번 초유의 제청 관련 갈등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헌법과 법률의 공백에서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헌법은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고만 돼있지, 제청 절차나 재제청 가능 여부 등에 대해서는 뚜렷한 규정이 없어 논란의 소지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헌법 절차의 제도적 허점을 '사전합의'라는 관행으로 메워왔으나,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습니다. 사법부와 청와대가 헌법상 권한을 고수하며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현실적 해결책은 헌재 권한쟁의심판밖에 없습니다.
현재 청와대는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법적 대응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헌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대법관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고, 헌재가 조 대법원장 손을 들어준다면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게 이유로 거론됩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어차피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대법관 공백 장기화는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합당한 논리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나아가 헌재가 대통령의 임명권보다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우선하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헌재에서 권한쟁의심판이 진행될 경우 가장 큰 쟁점은 대통령의 임명권이 침해됐는지 아니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침해됐는지를 가리는 것입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일방적 제청권 행사와 재제청 요구 불응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했다'는 입장이고, 조 대법원장은 '청와대의 제청 반려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법조계와 헌법학계에서는 대통령에게 헌법상 대법관 임명권이 있는 만큼 제청권과 별개로 최종 임명 여부를 판단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주목을 끄는 건 대통령의 임명권은 형식적 임명권이 아니라 실질적 임명권이라는 해석입니다. 보수적인 헌법학자들도 대통령의 임명권은 단순한 서명이나 인준 절차가 아니라 후보자의 적격성을 판단해 거부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까지 포함된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누군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의 부적절성이 드러났을 때 그 책임은 제청권자가 아닌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대법원장이 제청한 사람을 대통령이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실질적 임명권을 무시하는 것이 됩니다.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임명권의 실질적 권한은 민주적 정당성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국민의 직접 선거로 뽑힌 대통령은 그 자체가 가장 강력한 정당성을 획득하게 됩니다. 대통령에게 단순한 행정부 수반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 책임자의 지위와 권한이 부여되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반면 국민이 선출하지 않고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는 대법원장은 상대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대통령의 임명권을 구속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는 청와대와 대법원입니다. 국민의힘이 지난 21일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지만 당사자 적격성 문제로 각하 가능성이 큽니다. 헌재보다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대법원이 헌재에 법적 판단을 받으려할 리도 만무합니다. 결국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낼 수 있는 기관은 청와대밖에 없습니다. 헌재 구성도 진보 3, 보수 2, 중도 4 구도여서 중립적 판결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사태는 헌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 중대사입니다. 청와대의 결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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