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치외법권인가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주요 대법관, 지귀연 부장판사 등이 13일 대법원 국감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조희대 사법부'가 치외법권이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특히 조 대법원장의 경우 지난 두 차례의 국회 청문회에 모두 출석하지 않은 데 이어 정기국회 국감에도 불출석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기관장으로서 국감 참석이 아닌 일반증인으로 채택한 데 대한 불만의 표출로 해석되지만, 입법부 권한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법원장의 국감 증인 채택은 오랜 논란이지만 조 대법원장처럼 증인으로 채택됐다고 해서 아예 참석을 거부하는 것은 비상식적입니다. 대법원 국감 시 대법원장이 나와 인사말을 한 뒤 의원들의 양해를 얻어 이석하는 게 관례인데, 이조차 하지 않겠다는 얘깁니다. 통상 증인으로 나오면 '위증하면 처벌받는다'는 설명과 함께 증인 선서 요구를 받는데, 이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됩니다. 조 대법원장으로선 증인 선서 거부 장면이 생중계되는 상황을 피하려고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는 쪽을 택한 셈입니다.  

조 대법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초고속 선고 과정에 대한 합당한 설명입니다. 다수 국민은 대법원의 전광석화와 같은 파기환송을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로 보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권한을 남용해 대선에 개입하려 했다면 중대한 위헌에 해당합니다. 그런데도 조 대법원장은 여태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감 불출석은 이런 의혹에 대해 사법부의 수장이 직접 설명을 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 두 번의 청문회에서 그랬듯 조 대법원장의 불참 명분도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재판 또는 수사 중인 사건은 청문 대상이 아니라는 건데, 교묘하게 법조항을 해석해 국회 출석 요구를 비껴가려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이미 대법원 판결이 끝나서 고등법원에 내려보낸 상태입니다. 청문회에서 짚으려는 내용도 전례 없는 속도전 판결이 나온 경위와 과정 등 절차적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 중인 사건 소추에 관여할 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현행법을 따르더라도 재판 중인 사건도 사안 성격에 따라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국회법 해설'에는 "국회가 독자적인 진실규명, 정치적 책임 추궁, 의정자료 수집 등의 목적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정감사 및 조사를 진행한다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국정감사 및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적법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조 대법원장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조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 거부는 국회가 뚜렷한 강제수단을 갖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법사위가 대법원장을 상대로 초유의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명령장 전달에 실패하거나, 전달되더라도 증인이 임의로 거부할 수 있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행명령이 불발되면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을 국회 증언감정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수도 있지만, 실제 수사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증인 출석 거부만으로 대법원장을 탄핵 심판대에 올려놓기는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결국 조 대법원장을 증인대에 불러세울 수 있는 건 국민의 여론밖에는 없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 지 오래입니다.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 다음으로 신뢰도가 낮은 기관이 법원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사법부가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고 국민의 사법부로 거듭날 기회를 놓친다면 여론의 압박은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법독립 보호막 뒤에 숨어 입을 닫는 식으로는 임계점에 이른 사법불신만 더욱 커질 뿐이라는 걸 조 대법원장은 직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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