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지뢰 사고, 유엔사는 문제 없나
유엔사, 북한군 MDL 지뢰지대 조성 등 '국경선화' 작업에 수수방관
국방부, 유엔사에 조치 요구했지만 "정전협정 위반 아니다"며 거부
유엔사 이끄는 미군, 전작권 전환 이후 DMZ 관할권 더 강화 추진
군당국이 비무장지대(DMZ) 폭발 사고가 사실상 북한 지뢰에 의한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유엔사의 소극적 대응도 사고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북한군이 2024년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진행해온 '국경선화' 작업에 우리 군이 여러 차례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항의했지만, 유엔사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게 이번 사고로 이어졌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사고는 북한군의 국경선화 작업과 관련해 유엔사와 공동 현장 조사를 앞두고 새로운 수색로 개척 도중 발생한 것으로, 유엔사가 진작 조치를 취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군 내부에서 나옵니다. 북한의 지뢰 매설이 중대한 군사적 도발인 만큼, 합당한 상응 조치를 취하는 것과는 별개로 유엔사와 우리 군과의 갈등은 어떤 식으로든 해소될 필요가 있습니다.
장병 3명이 부상한 폭발 지점은 MDL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입니다. 북한군은 그간 국경선화 작업의 일환으로 MDL을 넘겨 지뢰지대를 조성해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북한 지뢰가 호우로 인해 유실된 것일 수도 있지만 국경선화 작업 과정에서 새로 매설했을 가능성이 작지 않은 셈입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MDL 일대에 철책과 지뢰지대 설치 작업을 해왔는데, 현재 30~60% 가량 진행된 것으로 군당국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뢰 매립을 위한 작업은 MDL의 5~10m 앞까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북한군의 MDL 요새화 작업에 우리 군이 무방비 상태라는 점입니다. DMZ와 정전협정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유엔사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입니다. 국방부는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이 MDL 근접 지역까지 확대되자 유엔사 측에 지속적으로 항의 의사를 전했습니다. 유엔사가 북한 측에 적극적인 대응과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유엔사는 "중화기를 들여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전협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부했습니다. 북한의 국경선화 작업은 방어적 성격의 목적이 큰 만큼, 군사적 위협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전협정 위반에 준하는 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입니다.
북한의 MDL 요새화는 군사분계선 남북 2km를 비무장 완충지대로 정한 정전협정 1조 1항에 대한 명백한 위반입니다. 이에 대해선 이재명 대통령도 공개 발언을 통해 위험성을 지적해왔고, 국방부 역시 지난해 11월 "남북 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군사 당국 회담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북한에 일절 항의를 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당초 유엔사가 정전위 소집을 통해 엄중 항의를 했더라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우리 정부와 유엔사를 이끄는 미국은 비무장지대 관할권을 놓고 적잖은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유엔사는 남북 평화 증진 목적의 군사분계선 통과와 DMZ 출입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2018년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전달하려던 남북 간의 인도적 교류를 막은 것을 비롯해 10여 건의 당국 조사와 민간 행사를 위한 DMZ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지난해에는 교황청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에 이어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의 DMZ 방문까지 불허해 유엔사가 권한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비군사적·평화적 목적에 한해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행사한다는 'DMZ법' 제정을 추진하자, 유엔사는 '정전협정 위배'라고 강력히 반발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사가 오히려 DMZ 관할권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이어서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입니다. 유엔사는 최근 산하 조직을 통합해 '유엔사 경비여단'을 창설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는데, 국방부가 반대하는 상황입니다. 군사전문가들은 유엔사가 한국 측의 DMZ 접근을 통제하고 자신의 관할권을 확대하려는 것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를 대비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국군 4성장군이한미연합사를 지휘하게 되는데, 미군이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정전협정 관리라는 유엔사의 고유 임무를 내세워 한국군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고, 나아가 통제하려는 계산이라는 겁니다.
유엔사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안보리 결의로 창설됐으나 실상은 다국적군의 외관을 띤 미군 조직입니다. 정무적 판단은 미국 정부가, 운용은 유엔사령관을 겸직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맡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대북 억지의 주된 책임은 한국이 지도록 하면서도 우리 군의 재량과 전략적 자율권은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이 진정 '동맹의 현대화'를 지향한다면 DMZ 관할 문제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게 합당합니다. 이번 DMZ 지뢰 사고가 유엔사의 주권 침해를 막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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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파병은 어쩔 수 없는 선택?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결론나지 않은채 잠복된 현안으로 남아 있습니다.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이란과 미국 사이의 협상이 지리하게 이어지고, 각국 지도자들의 강경한 언사가 국내 정치용인지 실제 작전의 신호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기에 파병을 약속하는 것은 무모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금은 서두를 때가 아니라는 조언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