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귀연·조희대 판결과 뭐가 다른가

대부분 무죄로 마무리된 김건희의 첫 사법적 판단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판결이 지귀연·조희대 대법원 판결과 닮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최근의 판례 흐름과는 동떨어진 퇴행적인 판단인 데다, 법리 적용에 모순이 많아서입니다. 국민의 법 상식과 어긋나 혼란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점, 애초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짜맞추는 식의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유사합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이번 김건희 선고도 지귀연·조희대 사례처럼 사법개혁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헌정사상 전직 대법원장이 형사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첫 사례인 양승태 2심 판결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서울중앙지법 우인성 재판부가 판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판단에서 드러납니다. 우 판사는 여러 증거와 정황 중 김건희를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는 것만 취사선택해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방조'의 정황은 있다면서도 이 부분은 판단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서울고법은 이 사건 전주를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렸는데 "시세조종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편승해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사유를 밝혔습니다. 이 판결은 증시 교란을 막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가조작 사범은 엄단한다는 판례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인성 판사는 상급심 판례를 무시했습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3월 구속 기간을 날짜가 아닌 시간으로 계산한다는 해괴한 논리로 윤석열을 풀어줬습니다. 여태껏 형사소송법 명문 규정에 따라 날을 기준으로 기소하고, 법원이 그에 따라 판결해온 것을 정면으로 거스른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이 이재명 대선 후보를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건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대법원 판례와는 다른 것이어서 논란을 불렀습니다. 대법원 판례 추세에 역행하는 판결을 내리면서도 새로운 판례는 제시하지 못해 스스로 정당성 부족을 인정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법 논리도 궁색하지만 그 이전에 국민의 법 상식에 미치지 못했다는 점도 비판할 대목입니다. 우 판사는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이용 혐의에 대해 계약서가 없다고 무죄 판결을 내렸는데, 정치 브로커와 권력자 사이의 은밀한 거래가 정식 계약서를 쓰고 이뤄지느냐는 상식적 반론에 부닥쳤습니다. 통일교로부터 받은 샤넬 가방 1개가 청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을 한 것도 국민의 상식에 반하는 결정입니다. 권력자 뇌물 사건에서 처음에 반응을 떠본 뒤 연이어 금품을 건네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것입니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재판에서 통상의 전원합의체 판결과 다르게 이례적인 속도전을 폈습니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된지 9일만에 결론을 내려 희대의 졸속 재판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하필이면 대선을 한달 앞둔 시점에,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 내려졌는지 합당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지 부장판사의 황당한 석방 결정과 내란 재판 진행이 윤석열에게 유리하게 이뤄진 것도 국민의 정서를 건드렸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최고 권력자의 배우자인 김건희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기대하는 민심을 철저하게 짓밟은 셈입니다.

법리 왜곡과 논리 모순, 비상식적 결론은 재판부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았다는 의구심을 들게 합니다. 우 판사는 도이치 사건에서 굳이 공소시효를 세분화해 '시효 도과'를 만들어냈고, 통일교 관련 알선수재 혐의는 '범의'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습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의 무책임한 판결과 지 판사의 초유의 결정 때도 사전에 심증이 형성되지 않았으면 나올 수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이들 재판의 기형적인 결론은 재판부가 처음부터 무죄 또는 유죄라는 예단을 가졌기에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검건희 1심 판결로 사법개혁 요구는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범여권에선 대법관 증원법을 비롯해 법 왜곡죄·재판소원 도입 법안 등 사법개혁 법안을 설 연휴 이전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희대, 지귀연에 이어 우인성 판사는 사법개혁의 당위성과 시급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내란 세력을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사법부는 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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