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사건, 왜 매듭 안 짓나

6월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부산시장 출마가 유력한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가 매듭짓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받는 전 의원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 가까이 됐지만 경찰은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 안팎에선 전 의원에 대한 금품 수수 포착이 되지 않은 데다, 공소시효도 이미 만료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출마를 저울질하는 전 의원뿐 아니라 유권자들을 위해서라도 경찰이 조속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전 의원은 지난 2018년 통일교 쪽으로부터 현금 2천만원과 불가리 시계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왔습니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특검에서 한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지난해 12월 중순 곧바로 강제수사에 나섰습니다. 전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사퇴하자마자 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고,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하지만 압수수색에서 시계 실물 등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도 못했고, 전 의원 조사에서도 의미있는 진술을 받아내지 못했습니다.

경찰 주변에서는 전 의원 수사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당초 전 의원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진술한 윤영호가 말을 바꾸며 오락가락하는 게 일차적인 난관입니다. 뇌물과 정치자금 수수 사건에서 금품을 건넨 당사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으면 기소가 돼도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받는 사례가 드뭅니다. 경찰은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전 비서실장 등에 대한 조사와 압수수색에서도 혐의를 입증한 단서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기본적인 사실 관계조차 파악이 안된 터라 수사를 진행할 동력이 사라진 셈입니다.  

당초 수사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공소시효도 이미 넘긴 것으로 보입니다. 윤영호 초기 진술대로 2018년 금품이 전달됐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지난 12월 31일로 공소시효 7년이 만료됐습니다. 뇌물죄를 적용하더라도 3000만원 미만이면 7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돼 이 역시 끝났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000만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0년~15년으로 남아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일각에선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봐주기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지만 개연성은 떨어집니다. 이미 사건 초기 이재명 대통령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한 바 있어 경찰이 고의로 수사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더구나 이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올해초 출범하면서 수사 강도는 더 높아진 상황입니다. 검찰의 직접수사 폐지로 경찰 수사력에 시선이 쏠려 있는 마당에 경찰이 유력 인물 수사를 의도적으로 소홀히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의 전 의원 수사 상황 침묵이 편향성 논란을 의식해서라고 보고 있습니다. 특검이 사건을 늦게 이첩한데다 경찰 수사에서도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공정성 시비가 일 것을 꺼린다는 해석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수사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해서 전 의원 혐의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수사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 어디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 알 수 없고, 설혹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권력자와 관련된 의혹은 분명히 규명하는 게 마땅합니다. 하지만 전 의원의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사전에 선을 그어주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현재 전 의원은 지역위원장 사퇴서를 제출하는 등 출마 채비를 갖춘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역 정가에서는 전 의원 출마를 기정사실로 보고 설 연휴를 전후한 시점에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예비 후보로 등록하면 선거사무소 설치와 문자메시지 전송, 명함 배부 등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의원 기소 여부가 출마를 가로막는 건 아니지만 유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 게 우선입니다. 경찰은 현재까지의 수사 상황과 전 의원 혐의, 공소시효 만료 여부 등에 대한 사실을 유권자에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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