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의 속보이는 '생존전략'
6·3 지방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출하는 퇴진론에도 장동혁 대표가 건재한 이유에 관심이 쏠립니다. 장 대표의 선거 이후 행보는 퇴진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빌미로 오히려 당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가는 모양새입니다. 정치권에서는 대안부재론과 영남권 주류 세력의 침묵, 반한동훈 정서 등이 장 대표가 버티는 요인이라고 분석합니다. 특히 본인이 사퇴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장 대표를 끌어내릴 방법이 없다는 점이 혼란의 장기화를 예상하게 합니다.
장 대표 퇴진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은 세력 대결입니다. 현재 장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세력은 친한계와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 등으로 국민의힘 전체 의원의 3분의 1 규모입니다. 나머지 대다수 의원들은 사퇴를 반대하거나 관망하는 부류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세력은 대구·경북(TK) 지역을 기반으로 둔 30여명의 의원입니다. 당내 최대 계파인 이들은 그간 당 요직을 장악하며 실권을 행사해온 만큼 이들이 누구 편을 드느냐가 장 대표 체제의 진퇴를 결정짓게 됩니다.
문제는 TK 의원들 사이에서 아직 '포스트 장동혁'에 대한 구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전당대회 때는 장 대표 당선을 지원했던 영남 주류가 최근들어 당 지도부와 결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장 대표 퇴진 후 후임 당대표를 누구로 내세울 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어 머뭇거리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한동훈의 '부활'입니다.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친윤계인 자신들과 대립각을 형성했던 한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면 차기 총선 때 대거 물갈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당의 내홍이 심각한 상황인데도 의원 대다수가 관망하는 것은 장 대표 임기가 애매한 점도 관련이 있습니다. 장 대표 임기는 내년 8월까지로, 지금 사퇴할 경우 후임자는 잔여 임기만 수행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궐위된 당 대표 잔여임기가 6개월 이상일 경우에는 새로 당대표를 선출토록 돼있습니다. 정작 의원들이 촉각을 세우는 총선 공천권은 내년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대표 몫이어서 두번씩이나 전당대회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다음 당대표를 노리는 의원들 입장에서도 굳이 급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장 대표 체제를 붕괴시킬 방안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장 대표를 퇴진시키려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이 사퇴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우재준, 양향자 최고위원이 총사퇴론을 주장했지만 나머지 3명인 신동욱, 김민수, 김재원 최고위원은 사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당내에선 우·양 최고위원이 먼저 사퇴해 다른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유도할 거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럴 경우 당지도부가 신속하게 더 강성인 최고위원들을 신속하게 채울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장 대표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정국 상황도 사퇴론을 일축시키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발표되자 장 대표는 이를 근거로 사퇴론을 반박했습니다.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불거진 선거 책임론과 당청 갈등이 국민의힘에 반사적 이익으로 돌아왔다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지만, 리더십이 흔들리는 장 대표로서는 큰 호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편으로 보면 정부와 여당이 장 대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입니다.
정치권에선 장 대표 퇴진을 둘러싼 혼란이 한동안 이어지다 내년 초에는 결판이 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장 대표가 차기 당 대표 연임을 노리고 자진해서 물러날 수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잔여임기가 6개월 미만이면 차기 전당대회를 앞당겨 치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때 총선 공천권을 가진 당대표에 재출마하는 전략입니다. 그 전까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장기간 끌고 나가 지지 세력 결집세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울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동안 퇴진 위기에 내몰릴 때마다 단식과 24시간 필리버스터 등 꼼수로 돌파해온 장 대표의 생명 연장의 꿈이 이번에도 통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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