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수사지휘권 뺏길땐 그리 반발하더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이원석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미복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관련 공약 파기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대선 때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약속하고도 이번 김건희 여사 수사에서는 돌려놓지 않은 데 대한 비판입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최근 이 총장의 도이치 사건 지휘권 회복 요청을 거부한 것이 사실상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라는 주장입니다. 법조계에선 박 장관의 결정에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작용했을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검찰총장 때는 수사지휘권 박탈에 격분한 윤 대통령이 정작 김 여사 수사에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지 않는 데 대해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격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윤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된 사건 대다수는 본인과 부인, 장모 관련 사건이었습니다. 검찰총장 가족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지휘권을 행사하면 이해충돌 소지가 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도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위법한 것은 확실하다"고 항의했습니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도 그때 나왔습니다.
이런 반발은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대선 후보 때 기자회견까지 열어 "검찰의 독립성,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문재인 정부처럼 수사권을 마치 혁명 도구처럼 쓰는 사고 방식을 가진 정권은 처음 본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검찰도 윤 후보의 공약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검찰 역시 법무부 장관이 사건의 구속과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총장을 지휘, 감독하는 것은 검찰의 독립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공약은 집권 후 사실상 공염불이 됐습니다. 공약대로라면 이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박탈됐으니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것이 합당합니다. 검찰총장의 정당한 지휘권을 훼손된 채로 놔두는 것 자체가 법무부 장관의 또다른 지휘권 행사에 해당된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해석입니다. 장관의 수사 관여를 근절할 의지가 있다면 우선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복원한 뒤 일체의 수사 개입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입니다.
그간 윤 정부 법무부 장관들은 교묘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해왔습니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빠져 나갔고, 박성재 장관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 지휘권의 행사는 극도로 신중해야 할 권한'이라며 딴소리를 했습니다. 법무부는 수사지휘권 문제가 논란이 되자 "검찰총장 수사지휘 배제를 원상회복하는 것도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행사 범주에 포함되기 때문에 회복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의 입장은 윤 대통령의 공약 파기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법조계에선 수사지휘권 미복원에는 이원석 검찰총장의 책임도 크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도이치 사건 수사지휘 배제는 김 여사의 남편인 당시 윤 총장에게 내린 것이므로 후임 총장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검찰총장 교체로 문제가 해소된만큼 이 총장이 취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수사지휘권 복원에 나섰어야 한다는 겁니다. 지난 2년 가까이 김 여사 수사를 방관하다 임기를 두 달 남기고 수사지휘권 복원을 요청하는 건 그간 권력의 눈치를 봤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입니다.
차제에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논란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만 돼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는 '구체적 사건'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별도 해석이 없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언제든 정쟁의 소재로 쓰일 소지가 다분한 게 현실입니다. 법조계에선 수사지휘 배제의 법적효력이 언제까지 유효한지, 수사지휘권 발동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의 특혜 조사가 무혐의 수순이라는 의구심이 짙어집니다. 한국일보 강철원 엑설런스랩장은 다스와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비슷한 모양새가 될 걸로 예상합니다. 한참 뒤 결정적 증거로 수사 결과가 뒤집혀도 검찰 수사팀은 '그때는 몰랐다' '수사범위가 아니었다'는 말로 누구도 고개 숙이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 칼럼 보기
[김누리 칼럼] 약한 자아의 사회
요즘 한국 민주주의 퇴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넘칩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정치는 물론 의료계와 사법부, 검찰에 만연한 권위주의적 성향을 지적합니다.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가학적이고, 자기보다 힘센 사람에게는 피학적 성향을 보이는 행태를 꼬집습니다. 한국 사회의 독재화보다 더 위험한 건 한국 엘리트의 권위주의화라는 진단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