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왜 안 뜰까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중반전에 접어들었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지지율이 줄곧 한 자릿수에 머물러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이준석은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젊은 보수'를 내걸고 보수 강세지역으로 꼽히는 영남지역을 돌았지만 지지도가 두 자릿수로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양상입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 결집 현상과 젊은 세대에 한정된 지지층,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호감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준석 측은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 TV토론에서도 판세를 바꿀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이 중론입니다.

이준석의 당면한 목표는 지지율 10% 돌파인데 아직은 힘에 부치는 모습입니다. 대선에서 10%~15% 득표하면 선거비용의 반액, 15% 이상 득표하면 전액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득표율이 10%가 안되면 기탁금 3억원을 포함해 한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됩니다. 지지율이 10% 벽을 넘게 되면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어 보수의 대안으로서 입지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게 이준석 측 판단입니다. 상황에 따라선 이준석으로의 역(逆) 단일화가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선 이후 내년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두는 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준석이 주장하는 이른바 '동탄 모델'이 작동하지 않는 게 지지율 고착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동탄 모델은 이준석이 지난 총선때 민주당, 국민의힘 후보와 3자대결을 벌여 승리한 것을 말하는 데, 국민의힘을 20%대지지율로 멈춰세우고, 자신의 지지율을 반등시켜 이재명 후보를 꺾겠다는 구상입니다. 하지만 진영대결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보수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사표방지 심리가 작동하면서 거대정당 후보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TK지역에서 이준석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지지율 정체 배경으로 특정세대에 한정된 지지층을 꼽는 시각도 많습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은 20대에서 높고 30대에서 선전하는 반면, 다른 연령대에선 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게다가 이준석이 최근 젊은 남성층에게 소구했던 젠더 이슈에 거리를 두면서 젊은층 지지율도 분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여기에 지지층 상당수가 단일화에 부정적이어서 국민의힘의 단일화 구애가 이준석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모양새입니다.  

이준석의 지지층 한계는 높은 비호감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의 비호감도는 후보들 가운데 가장 높은 반면, 호감도는 가장 낮았습니다. 보수진영에서는 이준석이 그간 윤석열, 국민의힘과 각을 많이 세운 것이 비호감도로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고, 진보진영에서는 혐오와 갈라치기를 자양분 삼아 지지세를 키워온 데 대한 반감이 큽니다. 전문가들은 이준석이 비호감을 낮추지 않으면 두자릿수 득표율이 쉽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개혁신당 소속 전직 의원들이 잇따라 당을 떠나 이재명 지지를 선언한 것은 이준석의 리더십에 의문을 낳습니다.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용남 전 의원에 이어 문병호 전 의원이 탈당했고, 이준석과 갈등 끝에 탈당했던 허은아 전 대표도 민주당행을 저울질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당의 내홍과 분열도 수습하지 못하면서 국정 운영이라는 큰 일을 담당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견해가 나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이준석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올라야 바람이 불텐데 그러기에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대선 운동이 2주도 남지 않았거니와 28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를 금지하는 '깜깜이 기간'이 시작됩니다. 이준석은 TV토론을 통해 상승세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이었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지율 10%는 제3당 후보에겐 넘기 어려운 벽입니다. 2000년 이후 대선에서 제3당 후보가 10% 넘는 득표율을 받은 건 2007년 이회창, 2017년 안철수 둘 뿐입니다. 이준석이 지지율 10%의 벽을 뚫을 수 있을지도 이번 대선의 관전포인트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