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질서있는 퇴진론' 접점 찾나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에 이은 최측근 사망 사건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비를 맞았습니다. 당내에선 의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이 대표의 거취와 내홍 수습 방안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에 대한 '질서있는 퇴진론'이 수면 위로 부상하는 모습입니다. 친명계와 비명계 간에 점차 접점을 찾는 분위기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 일환으로 조만간 당직 개편이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당초 비명계에선 이 대표 사퇴 쪽에 무게를 싣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사태 이후 내홍 수습 과정에서 이 대표 즉시 퇴진이 능사가 아니라는 친명계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현재 이 대표를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대안부재론'과 이 대표 사퇴 후 검찰이 민주당 와해 수사를 더 강하게 밀어붙일 거라는 위기론이 먹혀들었다는 겁니다. 이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모양새가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합니다.

친명계 내에서도 현실적으로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커지는 양상입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당이 계속 수렁에 빠지고 지지율이 심각하게 떨어지면 퇴진이 불가피하다고 본다는 겁니다. 다만 이 대표가 당장 사퇴할 경우 검찰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다는 점에서 시기조절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다수라고 합니다. 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일정 부분 해소해주고, 재판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이 대표가 퇴진한다면 그 시기는 계파와 관계없이 총선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는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도부 내 유일한 비명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은 13일 방송에서 이 대표 사퇴와 관련해 "늦여름, 초가을"을 언급했습니다. 비명계가 주장하는 이 대표 사퇴의 '데드라인'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정성호 의원은 총선 6개월 전을 언급해 추석 전후 이 대표 사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또다른 변수는 후임 지도부 선출 문제입니다. 현행 당헌에 따르면 사퇴한 당대표의 잔여 임기가 8개월 미만이면 중앙위원회에서 당 대표를 선출하도록 돼있습니다. 내년 8월까지인 이 대표 임기로 볼 때 12월 전에 사퇴하면 비대위 체제 가능성이 커지는 반면, 그 후에 사퇴하면 친명계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하게 됩니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 친명계와 비명계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 대표는 현재 자신의 거취에는 말을 아끼지만 '비명계 끌어안기'에 적극적입니다. 14일 첫 회의가 열린 '총선 공천제도TF'에 참석해 비명계 공천 배제 우려를 의식한 듯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강조했습니다. TF 전체 11명 위원 중 비명계 인사를 9명 포함시킨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됩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당원들과의 유튜브 소통 행사에선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좌표찍기'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와 박지현 전 위원장 제명 청원에 대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친명계와 비명계의 접점 찾기는 지도부 당직 개편이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 질서있는 퇴진의 전제로 '탕평 인사'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친문계의 좌장'인 전해철 의원은 "당 대표가 많은 것을 내려놓았구나라고 생각할 정도의 탕평 인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도 비명계를 달래기 위한 방안으로 당직 개편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15일) 열리는 이 대표와 민주당 현역 의원 50여 명이 속한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간담회에서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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