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검찰총장, 왜 공석으로 놔둘까

경찰청장 1년 8개월, 검찰총장 1년 2개월째 지명 안 해

청와대, 과도기적 상황에서 경찰·검찰 직할통제 선호하는 듯

조직기강 해이, 민생치안 책임 고스란히 이 대통령에게 귀착

이재명 대통령이 중폭의 개각을 단행한 가운데, 유독 경찰청장과 검찰총장은 장기간 공석으로 놔둬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현재, 경찰청장 자리는 1년8개월 넘게 공백 상태이고, 검찰총장도 1년2개월째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적임자의 능력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는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지만 정무적 고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어느 경우든 지지율 하락세 속에서 민생치안과 관련된 핵심 보직 인사 지연으로 인한 정부의 국정 운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수장 공백의 부작용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경찰 조직입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여파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이 직무정지된 이후 대행체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찰청 차장의 직무대행이 한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경찰청장 지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수장 공백이 장기화하는 사이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과 장윤기 사건 등 잇단 부실 사건이 터졌고, 경찰의 신뢰는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입니다. 급기야 이 대통령이 "경찰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며 특단의 경찰 개혁을 지시했지만, 개혁을 주도할 경찰청장은 없는 상태입니다.

경찰 안팎에서는 최근의 부실사건 처리와 비위 논란을 리더십 부재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개인적 일탈이나 취약한 시스템 문제도 있겠지만 13만 조직을 이끄는 경찰청장이 대행체제로 이어지면서 내부 통제력이 떨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현장에선 "조직 수장이 공석인데 수뇌부의 장악력이나 근무 분위기가 이전과 같을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고 합니다. 지휘체계가 불확실하다보니 간부 인사도 늦어져 올들어 상당기간 일선 경찰서장과 과장 자리가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습니다.

공소청 수장을 맡게 될 검찰총장의 장기간 공석 사태도 전례없는 일입니다. 검찰총장 자리는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이 퇴임한 이후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해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지금은 대검 기조부장이 사실상 총장 역할을 맡는 '대행의 대행' 체제로 버티는 상황입니다.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이 1개월 여밖에 남지 않아 후속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공소청의 기본적인 직제조차 마련되지 않아 혼란스런 분위기입니다.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인사 지연 사태 배경을 놓고 정치권에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됩니다. 우선 빈자리를 서둘러 채우기보다는 후임자의 성향과 능력을 직접 점검하고 결정하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여권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이 대통령이 현 상황에서 경찰·검찰의 직할통제 방식을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권력기관 개혁 국면에서 경찰과 검찰의 수장이 존재할 경우 조직보호 논리가 작동해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대행 체제가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이때문에 검찰청장과 경찰청장은 공소청·중수청 출범 등 제도 개편의 큰 틀이 정리된 뒤 새로운 체제에 맞는 인물을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가 핵심 쟁점이 된 상황에서 굳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어 정치적 논란을 키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정무적 고려가 정권에 득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수장이 없는 이들 기관을 대신해 전면에 나서면서 그 책임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됐습니다. 최근 경찰의 잇단 부실 수사와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한 비난이 이 대통령을 향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이를 보여줍니다.

출범 1년이 지나도록 주요 기관의 책임자 인선이 지연되는 것은 정상적 상황이라 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는 속도와 성과를 요구하면서 정작 해당 조직의 최종 책임자를 제때 세우지 못한다면 정부 정책의 집행력과 책임도 함께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치안 문제가 국민의 삶을 위협하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경찰 조직의 수장을 마냥 비워두는 상황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개청이 임박한 공소청과 중수청의 지휘체제를 방치해놓는 것도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민심을 수습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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