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동맹' 정조준 하는 이유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부동산 이슈에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 해도 "대책이 없다"고 토로했던 터라 180도 달라진 모습에 다양한 해석이 나옵니다. 여권에선 부동산 시장을 이대로 놔두면 임기 내내 시장에 끌려다닐 거라는 위기감의 표출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특히 부동산 투기 세력을 옹호하는 야당과 보수언론 등 '투기 동맹'을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대응이 6월 지방선거에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을 끝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 대통령은 그간 부동산 문제에 비교적 온건한 입장을 보여왔습니다. 대선 때는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고, 정부 출범 후에도 세제 정책은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선 부동산을 투자수단으로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급기야 지난해 12월엔 "서울·수도권 집값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10·15 대책 이후에도 부동산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무력감을 호소하는 발언으로 시장에선 풀이했습니다.

이런 기류는 올들어 급변했습니다. 그 신호는 이달 중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언론 인터뷰였다는 게 여권에서 나오는 분석입니다. 당시 김 실장은 이른바 '똘똘한 한채'를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세·양도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자 당시 청와대와 민주당은 '원칙적인 수준'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이 대통령과 사전에 교감을 거쳐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발언 내용으로 볼 때 단순히 시장 반응을 떠보는 차원을 넘어 상당히 구체적 수준까지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부동산 세제 발언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게 여권 주변의 시각입니다. 당시 언론은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데 방점을 찍었지만, 사실은 "선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한 대목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해석입니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 이틀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 방침을 밝힌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겁니다. 언론과 시장에서 당분간 부동산 세제 개편이 없을 거라는 쪽으로 분석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바로잡았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이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 전환은 보수언론과 국민의힘 등 이른바 '투기 동맹 세력'에 대한 반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가 잇달아 수요억제책과 공급 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번번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언급하며 발목을 잡았습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부동산 문제를 진보정부를 흔드는 정치적 공격 소재로 활용하는 모양새입니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향해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라고 비판하고, 보수언론과 경제지에 '정론직필' '억까'(억지로 까기) 등의 표현을 쓴 것도 이런 연유입니다. 이 대통령으로선 보수세력의 여론전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국민을 향한 직접 호소 방식으로 드러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권 일각에선 부동산 세제 개편 언급이 6월 지방선거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전국 단위 선거를 앞둔 시점에 세금 인상 등 세제 개편은 집권세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지만, 부동산의 경우는 꼭 그렇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특히 세금 부과 대상을 어차피 진보정부에 표를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가주택 보유자로 한정할 경우, 불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그보다는 집값 상승을 방치했을 때 맞닥뜨릴 전국적인 민심 이반이 선거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겁니다. 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 것도 양도세 중과 부활과 1·29 부동산 대책 발표로 서울과 수도권 전반으로 지지세가 확산돼서라는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메시지를 내며 부동산 이슈에 뛰어든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정책의 일관성입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집값 안정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선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 줘야 합니다. 2일 정리되긴 했지만 양도세 중과 유예 중단 시점을 몇 달 늦추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는 최근 김 정책실장의 발언은 메시지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습니다. 야당과 보수언론, 강남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뚫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지지 여론을 토대로 집값 안정책을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게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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