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는 중징계하면서 김영환은 무징계?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수해 당시 태만한 행적이 계속 드러나는데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데 대한 국민적 분노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같은 국민의힘 소속으로 수해 때 골프를 쳐 중징계를 받은 홍준표 대구시장과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됩니다. 여기에 지난 3월 강원도 산불 발생 당시 골프연습장을 찾았지만 징계를 받지 않은 김진태 강원지사 사례도 소환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그때그때 다른 자치단체장에 대한 고무줄 잣대가 도마에 오른 양상입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 부적절한 대응으로 비난을 산 김 지사가 이번엔 집중호우 비상 상황에서 충북을 비우고 서울에서 기업인들과 만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재난 대응 최고단계가 발령됐는데도 도내 현안 사업에 대한 조언을 받는다는 이유로 7시간 동안 관외로 이탈했다는 겁니다. 재난 비상 사태에서 도지사는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피해 상황 파악과 확산방지 등 역할을 하도록 규정된 충북도의 '재난 대응 매뉴얼'에 위배되는 행동입니다.
김 지사는 14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과정에서 최고 책임자로서 관련 보고를 받고도 곧바로 현장으로 향하지 않는 등 늑장 대응 비판을 받았습니다. 김 지사는 이와 관련해 "제가 거기 갔다고 해서 상황이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해 공분을 샀습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4월 제천 산불 당시에도 모임에 참석해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김 지사의 이런 일련의 행동은 도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도지사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사실을 망각했음을 보여줍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 지사는 어떤 처벌이나 제재에서도 비껴 나 있습니다. 국무조정실은 오송 지하차도 감찰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100명의 실무직원에 대해서만 징계 방침을 밝혔고, 한덕수 국무총리는 충북도 행정부지사등에 대한 문책을 임명권자들에게 요청할 계획이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김 지사는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인사조치 대상에서 제외됐을뿐 아니라 되레 부지사를 징계하게 됐습니다. 정작 지휘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김 지사인데 자신은 빠져나가고 하급자를 문책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질 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국민의힘이지만 이렇다 할 조치가 없습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초 김 지사 징계 가능성에 대해 "국무조정실의 조사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당 안팎에선 "지도부에서 김 지사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 지사를 징계했다가 자칫 수해 발생 당시 귀국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제기됩니다. "대통령이 서울에 가도 상황을 바꿀 수 없다"는 대통령실의 발언이 다시 회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꺼려서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김 지사에 대한 국민의힘의 미온적인 태도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와는 판이합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전국적으로 호우경보가 발효된 상황에서 골프를 친 홍 시장에게 '당원권정지 10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윤리위는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거나 국민일반의 윤리감정과 정서에 반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규정 및 윤리규칙을 엄정히 적용할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기준대로라면 선출직 공직자로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언행을 한 김 지사에게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게 합당하지만 그런 조짐은 없습니다.
국민의힘의 고무줄 징계는 김진태 강원도지사 때도 논란이 됐습니다. 지난 3월 산불 발생 당시 김 지사가 골프연습장을 찾아 구설에 오르자 김기현 당 대표는 당무감사실에 '진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했지만 유야무야됐습니다. 결국 김영환 충북도지사도 당의 아무런 제재 조치 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치권에선 홍 시장 중징계가 수해 골프 논란보다 평소 윤 대통령을 자주 비판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당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민심을 떠나게 하는 해당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으면 그 화살은 국민의힘을 향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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