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조성현, 불기소해야 하는 이유

권창영 종합특검이 12·3 내란을 막거나 수습하는 데 기여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조성현 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을 입건해 수사중인 가운데, 두 사람을 불기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종합특검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이들의 초기 행동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지만, 초기에 불법 여부 판단이 어려웠던 데다 곧바로 이행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기소는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종합특검이 '내란 세력 발본색원'을 목표로 세우고 법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장원·조성현 불기소 주장의 가장 큰 근거는 두 사람의 내란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점입니다. 종합특검은 앞서 이들을 수사했던 조은석 내란 특검이 확보했던 증언과 관련 자료 외에 추가적인 물증을 입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홍 전 1차장의 경우 미국에 계엄 정당성을 설명했다는 이른바 'CIA 메시지'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국정원 간부의 진술은 내란 특검에서 나왔던 것이고, 종합특검이 압수했다는 실무자 메모도 내란 혐의를 입증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조 전 단장의 사태 초기 상부 명령 전달 의혹도 새롭게 제기된 것은 아니라는 게 특검 주변의 얘깁니다.

홍장원과 조성현을 불기소한 내란 특검과 이들을 입건한 종합특검의 차이는 같은 사안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시각에서 갈립니다. 두 사람은 각각 초기에는 상관의 명령을 따르는 것처럼 보였다가 최종적으로는 이를 거부하거나 폭로해 사태 악화를 막았는데, 이들의 상반되는 행위중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다른 셈입니다. 두 특검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관건은 홍장원과 조성현이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어느 정도 인지했느냐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종합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불법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없었다는 두 사람의 진술을 뒤집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종합특검이 두 사람을 기소하더라도 유죄 판결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 전 단장의 경우 종합특검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출동 지시를 받고 병력을 출동시킨 행위 자체를 '내란 착수'로 보고 있지만 곧바로 지시를 번복했다는 점에서 실제 착수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그가 특검에서 "솔직히 당시 잘 이해를 못했다. 상당히 당황했다"고 한 진술도 고의성, 의도성 배척 사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입니다. 홍 전 1차장의 계엄선포 당시의 지시 혐의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정원의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불과해 법원이 이를 내란 임무 수행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관측입니다.

내란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거부나 저항으로 사태 악화를 막고 내란 수사에 기여한 사실도 법원의 판결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조 전 단장은 지난해 9월 내란 당시 불법적 상관 명령에 거부해 헌법적 가치를 수호한 점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훈장이 수여됐습니다. 포상 당시 국방부는 "법률가 및 학계 전문가들로 위원회를구성해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차장도 내란 특검 수사 때 윤석열과 김용현의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진술로 수사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이런 내용은 법원이 정상참작 기준으로 정한 범행 후의 정황, 수단과 결과 등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에서 내란 중요임무 혐의는 성립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종합특검이 수사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내란 특검 등의 잔여 수사를 해야 하는 종합특검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종전에 걸러진 사안이라도 시각과 판단을 달리해 성과를 얻으려 한다는 해석입니다. 종합특검이 내란 특검과 차별화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는 얘기도 주변에서 나옵니다.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판단을 하면서 내란 특검과 종합특검이 충돌하는 모양새도 심삼치 않습니다. 두 특검의 불협화음으로 현재 공소유지중인 재판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다른 관련자들도 기존 증언을 번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종합특검은 최근 특검법 개정을 통해 수사 기한을 30일 더 연장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두 차례 기간 연장으로 오는 24일까지인 수사 기간을 더 연장하면 총 180일이 되는 셈입니다. 그간 수사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후반기에 구속영장 청구나 공소제기를 집중하는 '헤비 테일'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해왔는데, 이런 전략이 실패했음을 자인한 것으로 읽힙니다. 종합특검은 지금까지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불법예산 전용 수사에서만 성과를 냈지 국민적 의혹이 쏠린 검찰의 김건희 봐주기 의혹,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등은 규명하지 못했습니다. 종합특검이 수사력을 집중해야 할 것은 홍장원, 조성현 같은 애매한 사안이 아니라 '3대 특검'이 해결하지 못한 권력형 비리에 대한 명쾌한 결론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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