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를 믿는 이유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이 연일 '헌재 흔들기'에 나선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단호하고 일관된 태도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당 의원들의 헌재 항의 방문, 내란죄 철회 논란, 김용현 측의 헌재재판관 고발 등 일련의 공세를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차단하는 모습입니다. 헌재가 7일 공개적으로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국민만 보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헌재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풀이됩니다. 초유의 헌정질서 문란과 국가 혼란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헌재의 단호한 태도는 국회 측 대리인단의 내란죄 철회와 관련한 논란에서 두드러집니다. 윤석열 측과 극민의힘이 내란죄 철회를 빌미로 탄핵심판 기각 등을 주장하자 "전적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습니다. 탄핵사유를 제외하는 것을 인정하거나 규제하는 관련 조항 자체가 없는만큼 헌재재판관들이 판단할 문제라는 얘깁니다. 내란죄를 탄핵소추 사유에서 철회하라고 국회측에 권유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내란죄 논란이 정치권에서 확산되자 재빨리 선을 그은 셈입니다.

헌재의 이런 입장 정리는 재판을 신속하게 이끌겠다는 속뜻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형법상 내란죄 여부를 따지지 않고 이미 쟁점으로 정한 5가지 행위만으로도 탄핵사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헌재는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비상계엄 선포, 포고령 1호 발표, 군·경찰 동원 국회 방해, 중앙선관위 압수수색 등 4가지를 주요 쟁점으로 압축한 데 이어 2차 변론준비기일에선 '법조인 체포 지시'를 추가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내란죄 유무죄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등의 절차가 대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헌재가 지난 6일 열린 8인체제 첫 재판관회의에서 전원일치로 5차례의 변론기일을 미리 지정한 것도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의사로 보입니다.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은 1주에 두 번씩 재판이 편파적이라고 항의했지만 헌재는 헌재법 등을 들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헌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일부 임명에 대해 국회의장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첫 변론을 22일로 앞당긴 것도 헌재 완전체 구성으로 재판의 정당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됩니다.

법조계에선 지금까지의 헌재 행보로 볼 때 탄핵심판이 늦어도 3월에는 나올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무엇보다 헌재소장 권한대행 문형배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4월 18일에 끝나는 점이 최우선 고려사항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내용적 측면에서도 위헌·위법성을 입증할 다수의 증거 등 법률적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어 심리가 오래 걸릴 이유가 없습니다. 윤석열 측에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최대한 시간끌기를 하겠지만 헌재는 줄곧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관건은 헌재가 파면 결정을 내릴 것이냐는 점인데, 윤석열 측에선 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들어 기각을 점친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현 8인체제를 기준으로 이념지형이 '중도∙보수 5, 진보 3'으로 분류되는데, 이중 3명 이상이 반대하면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김복형 재판관,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파면을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법과 원칙, 또한 상식을 기준으로 본다면 파면 외의 다른 선택은 나오기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재판관의 이념성향과 무관하게 만장일치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진보 2 대 보수 6'의 보수우위 구도였지만, 결론은 재판관 8인의 만장일치 파면 결정이었습니다. 지지부진한 윤석열 수사와 체포로 내란 사태 단죄가 지체되는 상황에서 믿을 건 헌재뿐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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