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능력 '폄하'하는 브런슨, 의도 있다
전작권 전환 늦춰야 한다는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발언에 의구심
한국군 1987년 이래 수백조 투입해 자주국방력 충분하다는 평가
미군 무기 구입 확대 등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군부 이익 대변 의도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일정을 늦추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가운데, 브런슨 사령관이 의도적으로 한국군 능력을 폄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파병 경험 등으로 전환 조건이 바뀌었다고 했는데, 이미 한국군은 충분한 자주국방력을 갖고 있다는 게 우리 군의 설명입니다. 여권에서는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미군 무기 구입 확대 요구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 군부의 이익을 대변한 것으로 파악하는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전작권 전환시 주한미군 사령관의 역할 축소를 꺼려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브런슨 사령관이 그간 여러차례 전작권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취해 온 것은 한국군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취지였습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를 변화된 안보상황을 도외시한 채 기존 합의된 조건만 충족시켜 전작권을 넘길 수 없다는 브런슨의 소신이라고 뒷받침해왔습니다. 하지만 바뀌는 조건을 계속 따라가면 전작권 전환은 기약이 없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987년 전작권을 환수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제기된 시기상조론은 지난 40년 동안 우리 군 능력이 향상됐는데도 번번이 같은 논리로 활용돼 왔습니다. 전작권 전환은 이제 조건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한미 간의 의지와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실제 한국군은 전작권이 전환돼도 유사시 방어 능력에 문제가 없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보수 진영은 한국군의 대북 감시 정보자산이 부족하고, 정밀 타격 능력이 떨어지며, 지휘통제 체계도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군은 2014년 조건부 전작권 전환 합의 당시 조건으로 설정된 정보감시정찰과 정밀 타격, 지휘통제 능력 향상을 위해 예산을 대거 투입해 전력을 강화해왔습니다. 정찰 자산의 경우 현재 한반도 전체를 관찰하는 독자 군사 정찰위성 5기를 운영중이고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4대를 미국에서 도입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 첫 전략급 무인항공기를 출고했습니다. '괴물 무기'로 알려진 현무-5 등 이른바 '현무시리즈'는 비핵국가가 가질 수 있는 최강의 재래식 화력이라는 평가를 받는 등 정밀 타격 능력에도 문제가 없습니다.
브런슨 사령관과 보수 진영이 제기하는 북한 핵 능력 고도화와 전작권 전환시 확장 억제 불투명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경우 미국이 핵보복을 하겠다는 약속인 확장 억제가 전작권 환수 이후 흔들릴 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인데, 이는 확장 억제의 본질을 간과했다는 반론이 제기됩니다. 미국의 대한국 확장 억제는 한미 두 국가 간의 맞춤형 전략으로 전작권 전환과는 무관하다는 얘깁니다. 미국의 확장 억제 약속에는 한국의 핵무장 억제 압력의 뜻도 담겨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만약 미국이 전작권 전환 이후 확장 억제를 포기하면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전체에 '핵도미노' 현상이 초래된는 점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한편에서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장군이 주한미군을 지휘하는 상황을 불편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절반만 사실에 부합합니다. 2018년 한미 합의에 따라 현재의 한미연합사를 대체할 미래연합사는 사령관을 한국군 장군, 부사령관을 미군 장군이 맡도록 돼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한국군 사령관이 작전 통제를 하는 주한미군은 일부 지정된 병력으로 한정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외의 미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계속 미군이 행사하게 됩니다. 보수 진영에서는 미군이 역사상 다른 나라 군의 통제를 받은 전력이 없다는 주장을 펴지만 실제 과거 미 원정군이 외국군의 지휘를 받은 전쟁 사례가 여러번 있습니다.
여권에서는 브런슨 사령관이 트럼프 정부 고위인사들과는 달리 유독 전작권 전환에 부정적인 데는 미 육군의 이해관계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브런슨 사령관뿐만 아니라 역대 주한미군 사령관들 대부분이 같은 입장을 취했는데, 이는 전작권이 전환되면 주한미군 사령관 계급이 대장에서 중장으로 내려가는 등 역할이 축소될 거라는 우려에서였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미 육군 대장인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연합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직함 등 3개의 모자를 쓰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 변화가 닥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겁니다. 브런슨 사령관이 지난 14일 "유엔사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은 남쪽 철책선에서 시작한다"고 말한 것도 우리의 영토주권을 무시한 오만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브런슨 사령관의 발언이 개인 소신 차원인지, 아니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대변한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전쟁부 장관이 지난 5월 "동맹국이 더 빨리, 더 많은 통제권을 갖고자 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전작권 전환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을 보면 개인적 일탈의 측면이 있지만, 미국의 국익을 관철하기 위해 전작권을 지렛대로 쓰는 트럼프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습니다. 어느 경우든 미국의 '골대 옮기기'를 용인하면 우리 정부의 오랜 과제인 전작권 전환이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점에서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브런슨 사령관에 대한 단호한 입장 표명과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 전작권을 최대한 빨리 돌려주는 게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사실을 끈질기게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의 잇단 정책 혼선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일 잘한다는 이미지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 전수조사와 레버리지 ETF, 부동산 세제 개편 오류는 대통령 한 사람의 속도와 판단에 기대면 그것이 곧 국정의 병목이 되고 부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지적합니다. 대통령은 다 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직언을 들을 귀를 열어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 칼럼 보기
[세상읽기] 분배를 희생하는 성장, 지속해야 하나
이재명 정부 복지정책이 이전 정부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윤홍식 인하대 교수는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과 정부의 소극적 복지정책은 내수가 취약해진 한국 경제에 대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외에 마땅한 성장 동력이 없는 딜레마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필요한 것은 분배를 누르는 또 하나의 성장이 아니라 성장 방식 전체를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