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차라리 '배신자'가 낫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오락가락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나라는 주문이 많습니다. 보수진영 일각에서 제기되는 터무니없는 배신자 프레임에 갇히는 것보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요구하는 탄핵에 동참하는 게 그의 정치적 미래에도 도움이 된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 친윤계에서 거론되는 '한동훈 축출시나리오'도 그가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계엄 사태에 대처하는 한동훈의 행보는 이미 길을 잃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말이 달라지면서 국민은 물론 당 내에서도 신뢰를 잃은 모습입니다. '대통령 탈당' '조속한 직무정지' '질서있는 퇴진' 등 헷갈리는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스텝이 꼬였습니다. '국민 눈높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끝마다 내세우던 법과 원칙도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심지어 친한계 조차 통제되지 않은채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의 길을 가는 형국입니다.
한 대표가 수습책으로 내놓은 '질서있는 퇴진'안은 시작부터 벽에 부닥쳤습니다. '내년 2~3월 윤석열 하야' 방안을 제시했으나 '즉시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들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그때까지 '대통령 윤석열'을 견디라는 말이냐는 반발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하야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윤석열도 '하야는 받아들일수 없고 탄핵심판을 받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동훈의 '질서있는 퇴진론'은 힘을 잃었습니다.
탄핵안 폐기 뒤 난데없는 '국무총리-여당 공동국정 운영'을 들고 나온 것도 패착입니다. "누가 여당 대표에게 그런 권한을 줬느냐"는 위헌과 월권 논란만 부각시킨채 하루만에 없던 일이 돼버렸습니다. 한 대표가 민주당의 '내란 특검법'을 막기 위해 '자체 내란 특검법' 발의를 제안한 것도 비판을 부르는 대목입니다. "국민의힘이 내란 수사를 방해한다는 프레임을 피해 가려면 자체 특검법을 내는 게 방법"이라고 의원들을 설득했다는데, 야당발 특검의 회피 명분으로 하지도 않을 특검을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냈습니다.
한동훈이 무리수를 연발하는 데는 '배신자 프레임'을 피하자는 의도가 크다는 게 여권의 분석입니다. 탄핵안이 통과될 경우 "친한계에서 이탈표가 나왔다" "당 대표로 탄핵을 막지 못했다" 등 배신자 프레임이 씌어지고 책임론이 불거질 것을 꺼려서라는 겁니다. 차기 보수 대권 주자를 노리는 한동훈으로선 탄핵 주도자로 낙인찍혀 보수진영에서 외면당하는 일만은 피하려는 인식이 강합니다. 유승민의 전철은 밟지 않겠다는 셈법이 여실합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박근혜 탄핵 후 나온 보수진영의 '배신자 프레임'은 상당히 과장됐다고 주장합니다. 만약 박근혜가 유승민의 충정 어린 고언을 잘 새겨들었더라면 애초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점에서입니다. 잘못된 '배신자 프레임'이 고착화된 것은 당시 보수언론의 책임이 크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보수전체가 아니라 TK 일부의 얘기를 확대하고 왜곡해서 허황된 배신자론을 만들었다는 얘깁니다.
한동훈은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이전에 당장 축출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친윤계에서 제기되는 '한동훈체제 붕괴 작업'이 현실화하는 조짐입니다. 당헌·당규상 최고위원 4명이 동시 사퇴할 시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되도록 하기 위해 친한계인 장동혁 최고위원 사퇴를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최고위원은 10일 상설특검 표결 때 다른 친한계와는 달리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습니다. 한동훈 축출 시나리오는 12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윤계 핵심 권성동 의원이 당선되면 곧바로 가동될 거란 얘기가 돕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이 택할 길은 탄핵 동참밖에는 없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와 달리 지금은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와 현직 대통령 내란죄 수사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입니다. 정치 지도자를 꿈꾼다면 '배신자 프레임'이나 현실적인 정치 계산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합니다. 지금 배신자는 국민의 신임을 배신했고, 대한민국 헌법과 법치를 배신한 윤석열이기 때문입니다.
비상계엄이 실패로 끝나자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이 진실 파헤치기에 매달립니다. 한국일보 남보라 기자는 어쩌면 지금 언론의 자유보다 중요한 건 언론에 대한 신뢰일지로 모른다고 말합니다. 언론은 지난 2년의 '유사 계엄' 동안 권력을 감시하며 자기 몫의 목소리를 냈는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국민의힘, 말끝마다 "국민, 국민" 하지 말라
국민의힘의 탄핵안 표결 거부 후폭풍이 큽니다. 경향신문 송현숙 논설위원은 국민의힘이란 당명 자체가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계엄을 무산시킨 국민에게 모욕감을 주고 있다고 질타합니다.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는 국민의힘 강령을 제시하며 국민 다수가 원하는 탄핵안에 부결 당론을 정한 것은 당의 존립 근거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