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언론 플레이'에 용산 속끓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 국면마다 언론을 활용해 전세를 반전시킨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언론에 흘려 불리한 국면을 뒤집거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대통령실에선 한 대표의 언론 플레이에 불만이 많지만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속앓이만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정치권에선 특수부 검사 시절 언론을 자주 이용해온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정치판에 들어와서도 경쟁하듯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른바 '4차 윤한 갈등'을 촉발한 한 대표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반대 입장은 한 보수언론의 보도로 알려졌습니다. 여권 인사들은 한 대표 측근의 전언 형식을 띤 이 보도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목적으로 기획된 언론 플레이라고 의심합니다. 한 대표가 복권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대통령실에 그대로 전하면 될 것을 언론을 통해 대중에 알려 보수층 지지 등 정치적 효과를 노렸다는 해석입니다. 파문이 커지자 한 대표가 "제 뜻은 충분히 전달됐다"고만 한 것도 전형적인 치고빠지기 전략으로 파악합니다.

한 대표는 앞서 '1차 윤한 갈등' 때도 언론을 활용해 위기를 넘겼습니다. 지난 1월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당시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에 '국민 눈높이'를 거론해 대통령실로부터 사퇴를 종용받자 이런 내용을 종편 등 언론에 흘리며 역공에 나섰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당무 개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대통령실은 꼬리를 내렸습니다. 당시 여권에선 한 대표 측이 윤 대통령의 약점을 알고 치밀하게 계획한 도발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한 대표의 언론 플레이는 지난달 정점식 전 국민의힘 정책위원장 교체 과정에서도 두드러졌습니다. 친윤과 친한 세력 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는 도중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대표에게 정 전 위원장 유임을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가 무게중심을 친한쪽으로 기울게 했습니다.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문제 삼은 한 대표 측의 일격에 용산이 당했다는 반응이 뒤따랐습니다.  

한 대표는 특수부 검사 때 언론을 수사에 적극 이용해 '언론 플레이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수사에 유리한 쪽으로 기사가 나오도록 수사 상황을 언론에 흘리고 심지어 기사 방향까지 제시했다는 게 당시 검찰 기자들의 전언입니다. 피의사실 공표에 휘말리지 않도록 선문답을 했던 이전의 검찰 선배들과는 달리 거리낌이 없었다고 합니다. 한 대표가 검사장 때 '채널A 검언유착' 의혹에 휘말린 것도 그런 연유입니다. 법조계에선 한 대표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하면서 언론 대응 기법을 습득했을 거라는 얘기가 돕니다.    

윤 대통령도 검찰 시절 한 대표 못지 않게 언론 플레이에 능숙했습니다. 검찰총장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과 충돌할 때마다 이런 사실을 언론에 알려 상황을 자신에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검찰총장 사퇴와 대선 출마 때도 언론을 이용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해왔고, 이런 행태는 대통령이 된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 대표의 '김건희 문자 읽씹' 논란은 윤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런 윤 대통령이기에 한 대표의 언론 플레이 행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전문가들은 특수부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언론 플레이가 정치를 후퇴시키고 정쟁화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지적합니다. 공적이고 투명한 소통과 토론을 통한 갈등 해결이 정치의 본령인데 언론을 통한 선택적 정보흘리기는 이를 어렵게 한다는 겁니다. 정치 경험이 없는 두 사람이 정치를 올바로 배우지 않고 검찰에서 익힌 안 좋은 행태를 그대로 따라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와함께 특정 정치인의 정략적 의도에 동조하고 유착하는 일부 언론의 행태도 비판 받아 마땅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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