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차출론' 진짜 윤심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속내가 뭔지 관심이 쏠립니다. 일단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차출론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한 장관도 부인하면서 전당대회 출마설은 가라앉는 분위기입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권성동 의원도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동훈 당대표 출마를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당초 이 얘기가 불거진 것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3일 한 토론회에서 차기 당대표 조건으로 ‘수도권과 MZ세대에 인기있고, 공천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을 제시하면서입니다. 이 발언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과 독대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습니다. 평소 신중한 언행을 해온 주 대표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언급인지라 ‘윤심’이 실렸을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박성중, 조수진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최근 한 장관 차출론을 잇달아 제기한 터라 무게를 더했습니다.

정치권에선 당사자들의 부인으로 수그러들긴 했지만 완전히 꺼진 불은 아니라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주 원내대표가 제시한 당대표 조건이 무심코 나온 얘기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당시 주 원내대표 연설을 복기해보면 후보로 거론되는 이름을 나열한 뒤 다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한 뒤 조건을 밝혔습니다.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아니고서는 이런 높은 수위의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당내에 없습니다. 주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합리적 추론입니다.

이런 추측이 맞다고 보면 윤 대통령이 바라는 차기 당대표의 윤곽이드러납니다. 현재 영남권 일변도인 국민의힘 의원 분포를 수도권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기대와 그러려면 20,30대에 소구력을 갖춰야 된다는 것, 그러면서도 공천은 대통령실과 긴밀한 협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을 표출한 셈입니다.

문제는 현재 거론되는 주자 가운데 이 조건을 충족하는 인물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유승민 의원이 가장 부합하지만 이미 절대 불가론이 기정사실로 굳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힘에서 자연스럽게 한 장관 이름이 거론된 것입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종합해보면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장관 차출론이 커지자 서둘러 선을 그은 것에서도 그런 정황이 읽힙니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은 2월말 3월초로 굳혀졌습니다. 후보 출마까지는 아직 두 달 가까운 시간이 남았습니다. 그때까지 윤 대통령이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 없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한동훈 카드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차출론을 부인하면서 했다는 “(한동훈이) 지금은 정치할 상황이 아니다”는 발언을 음미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장관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발언도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애드벌룬을 띄운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한동훈 차출론을 퍼지게 해 당내 동향과 여론을 살피려고 주 원내대표를 통해 흘렸다는 겁니다.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한 장관은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이재명 후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압도적 1위로 2위 그룹과도 큰 차이가 납니다. 총선 전망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회심의 카드로 한 장관이 당대표로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오늘의 픽>

[오병상의 퍼스펙티브] 가짜뉴스 시대, 진짜뉴스 읽기 5가지 팁

유튜브 채널 ‘더탐사’의 청당동 술자리 의혹 보도가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발언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에 대한 질타는 물론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논란도 촉발시켰습니다. 중앙일보 오병상 기자는 비판적 뉴스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몇 가지 단서를 제공합니다. 정파성 차단을 위해 보수〮진보 매체를 비교해 기사를 읽으라는 것과 공영매체의 현실, 인용보도의 허점 등입니다. 진짜뉴스를 찾기 위한 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 칼럼 보기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어디서 죽을 것인가

노인들에게 어디서 죽음을 맞을 것인가는 당면한 숙제입니다. 오늘날 대다수 노인이 요양병원이나 중환자실에서 생의 마지막을 맞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김은형 한겨레신문 기자는 내 집에서 내가 죽겠다는 소망은 단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돌봄과 간병을 맡아야 하는 자식들의 사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 한창 논의되는 안락사 허용 여부를 떠나 죽음에 관한 깊고 다양한 토론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