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최상목, 속으로 웃는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기일 결정으로 야권의 '쌍탄핵' 전략수정이 불가피해지면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윤석열 파면이 결정되면 곧바로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돼 이들에 대한 탄핵이 물건너갈 거라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시민사회에선 헌법을 수호할 공직자로서 헌정질서를 어지럽힌 책임을 묵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조기 대선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보수진영에 경도된 이들에게 공정한 대선 관리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대두됩니다.
한덕수는 헌재 탄핵심판 선고를 이틀 앞둔 2일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우리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그 결과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헌재 선고 이후 예상되는 불법 시위와 폭력을 우려한 메시지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부한 그가 할 말은 아니라는 평이 나옵니다. 헌재는 지난달 한덕수 탄핵소추를기각하면서도, 마은혁 임명은 헌법·법률위반이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런데도 국회선출 석 달이 넘은 마은혁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명분없는 헌법무시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의 국가 안팎의 혼란과 위기의 상당 부분은 한덕수가 초래했습니다. 그가 탄핵국면 초기에 마은혁 등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했더라면 정국은 현재와 크게 달랐을 것입니다. 탄핵 선고가 진작에 내려져 국가적·정치적 불안과 혼돈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을뿐 아니라 윤석열이 구속취소로 풀려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일각에선 한덕수가 윤석열 탄핵심판을 마냥 끌어 대행체제 장기화를 노린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헌재가 결론을 못 내린채 재판관 두 명이 물러나면 최악의 경우 '한덕수 2년체제'가 계속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직전 대통령 권한대행인 최상목도 탄핵당할 헌법·법률 위반 사안이 한 두개가 아닙니다. 마은혁 미임명과 상설특검 미추천은 물론 9건의 거부권 행사는 신중하게 권한을 행사해야할 대행체제로서 권한 남용에 해당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특히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공수처 수사권과 윤석열 구속기간 논란을 유발시킨데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당시 경호처의 공무집행 방해를 수수방관해 체포를 지연시킨 것도 묵과할 수 없는 '원죄'에 해당합니다. 극우세력이 지금처럼 세를 불릴 수 있었던 계기를 최상목이 마련해준 셈입니다.
경제사령탑으로서 미국 국채에 수억 원을 투자한 것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최상목은 2023년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국채 투자 사실이 드러나자 매각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채권을 사들였습니다. 국민과 한 약속을 대놓고 어긴 것도 문제지만, 만약 내란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경제수장이 미국 국채를 샀다면 도덕적 비난을 넘어서는 이해충돌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수석에 이어 경제부총리로 한국경제를 총체적 위기에 빠트린 최상목의 능력과 자질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더 우려되는 것은 한덕수·최상목의 정치적 편향성입니다. 한덕수는 윤석열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열렸을 때 대선선거일을 결정·공고하고, 대선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게 됩니다. 하지만 윤석열의 혜택을 받은 당사자로, 탄핵 국면에서 윤석열과 탄핵반대 진영에 경도된 행태를 보면 대선을 공정하게 관리할지 의심스럽습니다. 정치권에선 벌써 한덕수가 대선 공고를 미적대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2017년 황교안 권한대행은 박근혜 파면 5일 후에야 대선일을 공고해 정국의 불안정을 키웠는데, 한덕수도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당초 한덕수·최상목 '쌍탄핵'을 공언하던 민주당은 일단 윤석열 선고 결과를 보고 방침을 정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헌법에 정면으로 도전한 이들에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통령 권한대행과 경제부총리라는 막중한 자리를 계속 맡기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공수처는 마은혁 미임명에 대해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최상목 수사에 착수한 데 이어, 시민단체가 고발한 한덕수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파면과 관계없이 헌법을 무시한 한덕수·최상목은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생각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는 우리 사회 극우세력의 문제를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한국일보 최문선 논설위원은 박근혜 탄핵 때 조직화한 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향한 분노의 실망으로 똘똘 뭉쳐있다가 윤석열 탄핵을 만나 결집력을 폭발시켰다고 진단합니다. '태극기 부대'가 더 세력을 불리고 더 과격해지는 것을 막는 게 윤석열 탄핵 후의 과제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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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상흔은 우리 사회에 아직도 깊이 패어있습니다. 권성우 숙명여대 교수는 소설가 현기영과 시인 김수열의 작품을 통해 4·3의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역사가와 예술가의 열정은 끊이지 않을 거라고 말합니다. 77주년을 맞는 제주 4·3은 지금 이 정치적 격동기와 혼란을 다시 돌이켜보게 만드는 살아있는 역사라고 단언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