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한 한덕수에 당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실상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예고하는 등 시간끌기에 나서면서 애초 한덕수를 놔둔 게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덕수가 윤석열과 달리 거부권을 남용하거나 수사와 탄핵심판을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자세가 사태를 꼬이게 했다는 주장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한덕수 탄핵 절차 돌입 방침을 밝혔지만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에 반격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한덕수가 내란 사태 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탄핵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은 그가 하루라도 빠른 윤석열 파면과 처벌을 바라는 절대다수의 민심을 외면하지 못할 거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오랜 공직 생활을 거치며 '영혼없는 관료'로 지내온 그가 여론에 부응해 태세 전환을 할 걸로 기대했습니다. 윤석열에 이어 국무총리인 한덕수까지 잇달아 탄핵할 경우 역풍을 우려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한덕수가 보이는 모습은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입니다.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여야에 떠넘겼고, 지체없이 하도록 돼있는 내란 상설특검 추천 요청도 계속 미루고 있습니다.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도 결정하지 않은채 시간끌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호처가 잇따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거부하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는 상황입니다. 한시가 시급한 내란수사를 지연시켜 내란 세력에 증거 인멸과 반격의 시간을 벌어주려는 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민주당의 오판은 '무색무취'에서 '싸움닭'으로 변신한 한덕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는 지난 9월 윤석열의 재신임을 받자 자신감이 커졌습니다.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격하게 맞부딪치면서 활로를 찾던 차였습니다. 그러다 생각지도 못했던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서 한껏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내란 사태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처신하고 있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한덕수가 내란 사태에 알려진 것보다 더 깊숙이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한덕수는 계엄 선포 전 다른 국무위원들에 비해 윤석열과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어떤 대화를 나눴고,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이 계엄 선포 전후로 한덕수에게 긴급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한덕수가 시간을 끌면서 윤석열을 돕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한덕수는 총리 때부터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에 적극 동조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의무"라며 "야당의 입법 독주 법안들에는 계속해서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하시라고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한덕수가 총리의 책무에 대해 조금이라도 자각이 있었다면 윤석열에게 더 이상 민심을 거스르지 말라고 충언을 아끼지 말았어야 합니다. 이런 한덕수에게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한 것 자체가 헛된 일입니다.

'내란 동조자'를 진작에 탄핵하지 않은 후과는 큽니다. 노회한 한덕수가 시간을 끄는 사이 윤석열과 국민의힘은 작전이라도 짠듯 똑같은 억지와 궤변을 늘어놓으며 탄핵심판과 수사를 방해하는데 여념이 없습니다. 여권 전체가 역공을 펼 수 있는 시간과 빌미를 줬습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내란세력에 대한 단죄가 늦어지는데 대한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한덕수에 대한 탄핵을 하루도 늦춰선 안 된다는 게 국민 다수의 시각입니다.

[구혜영의 이면] '모든' 윤석열과의 이별

내란 쿠데타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아직 국민들 가슴에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구혜영 정치부문장은 그럼에도 12월 3일 이후 나라는 벌써 달라졌고 지금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대통령 윤석열을 끌어내리는 걸로 끝내지 않겠다는, '윤석열적'인 모든 것들과 단절하겠다는 싸움이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윤석열을 잉태한 야만과 폭력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뉴스룸에서] 윤석열이 더럽힌 회색 유니폼

윤석열의 모교인 서울 충암고가 졸지에 손가락질의 대상이 됐습니다. 한겨레신문 김동훈 전국부장은 내란을 주도하거나 가담한 충암파들의 소행으로 충암고 동문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고 개탄합니다. '회색 유니폼' 충암고는 야구 명문이고 바둑 명문이지만 영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며 이제 그만 회색 유니폼을 더럽히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