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당금제'가 사회주의라는 궤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안한 '국민배당금'을 보수진영에서 사회주의라며 비판하는 데 대해 궤변이라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반도체 등 인공지능(AI) 산업 호황으로 얻어질 초과 이윤(초과 세수)을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안은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기술기업과 각국 정부에서 고민하는 당면한 문제인데 이를 '사회주의' '반시장적', 나아가 '공산당'(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터무니 없다는 주장입니다. 국민배당금 제안은 AI 산업의 이익배분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에 적극적으로 화두를 던진 것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먼저 정리해야 할 것은 김 실장 발언의 정확한 의미입니다. 국민배당금의 재원이 '초과 이윤'이냐 '초과 세수'냐는 것입니다. 초과 이윤은 기업이 AI 생태계에서 얻은 구조적 이익을 말하는 것이고, 초과 세수는 법인세 등 기존 제도에서 발생하는 세금을 뜻합니다. 김 실장과 청와대는 국민배당금이 논란이 되자 '초과 세수'를 말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13일 X에 "김 실장이 한 말은 AI 부문 초과 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 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 실장의 페이스북 글은 두 가지 용어가 혼재돼 있다는 점에서 초과 세수를 넘어 초과 이윤에 대한 공론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청와대로선 파장이 커질 것을 우려했겠지만 AI 산업이 얻는 초과 이윤의 사회적 공유는 이미 전 세계적인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문제 해결에 가장 앞장서는 이들은 AI 업계 리더들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등 기술업계 거물들이 세금이 아닌 AI 자동화로 절감된 비용을 재원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본소득을 제안하고 나섰습니다. 울트먼은 "AI가 축적한 부를 인구 전체에 분산시킬 수 있으며 이 개념을 '보편적인 극단적 부'라고 명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도 "AI가 대부분의 생산을 자동화하고 대중이 수익을 공유한다는 개념인 '보편적 고소득'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술업계 리더들이 아니더라도 AI 확산에 따른 일자리 충격에 대응하는 새로운 분배 방식으로 'AI 기본사회' 논의는 학계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핵심 쟁점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와 AI 생산성 이익을 어떤 방식으로 분배할 것인지에 쏠려 있습니다. 재원과 관련해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제안한 '로봇세'입니다. 기업이 자동화로 얻은 인건비 절감분에 세금을 부과해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활용하자는 구상입니다. 분배 방안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모델은 모든 시민에게 일정 수준의 현금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입니다. AI 기업 지분을 시민에게 나눠주는 '보편적 기본주식' 구상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AI 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는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의 경우 약 60%의 일자리가 AI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골드만 삭스는 전 세계 정규직 3억명의 일자리가 손실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지난 4년간 AI 노출도 상위 업종에서 청년층 일자리가 25만여개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AI 확산과 청년 고용 위축 간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작동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AI 인프라시대 과실을 청년들과 사회적 격차 해소에 사용하자는 김 실장의 발언은 당연하고 시급한 제안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이 AI 이익 공유 방안 공론화에 반대하는 건 공동체에 대한 책임 의식이 결여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하지 않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공격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자는 의도가 역력합니다. 국민배당제를 사회주의와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며 색깔론을 제기하는 이들의 행태는 과거 정부에서 비슷한 이익공유 방안이 추진될 때마다 '반시장적 발상' '기업 옥죄기'라며 반대하던 것과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AI 시대에 사회 갈등이 격화되고 공동체가 붕괴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AI 시대 사회 양극화 심화, 일자리 상실 등의 피해에 대비하는 건 국가의 기본적 책무입니다. 최근 직장갑질119가 전국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AI 기술발전과 일자리 대체 설문조사'에서 'AI로 이윤을 얻는 회사에 세금을 부과해 공공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70.0%였습니다. 정부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대해서는 '새로운 산업 또는 일자리 창출 정책 마련'과 '기본소득 또는 유사한 형태의 소득 안전망 도입'이 우선 순위로 꼽혔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AI가 심화시킬 양극화에 대한 사회적 토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느린 상황입니다. AI 기업 초과 이윤 일부를 국민이 공유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방안에 대한 공론화를 더 미룰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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