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왜 색깔론을 못 버릴까

DMZ 지뢰, 북한군 포로 입국 등 안보 사안에 색깔론, 음모론 제기

국민 생명과 안전 최우선 보수 가치 팽개치고 정치적 이득에 매몰

보수 정당과 한동훈 의원의 낡은 색깔론, 정치적 유효성 수명 다해

국민의힘이 최근 발생한 비무장지대(DMZ) 지뢰 사고와 우크라이나 북한군 포로 입국 등 안보 사안에 대해 공세를 강화하면서 보수 진영의 색깔론이 다시 도졌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보수가 가장 우선하는 가치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인데,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군 장병과 북한 포로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재명 정부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면 인권과 안보는 제쳐놓고 모든 사안을 정쟁화하겠다는 태도를 노골화하는 모습입니다.

국힘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지뢰 사고 현장 조사 지연을 "북한 눈치보기"라고 주장하는 건 전형적인 색깔론이자 음모론입니다. 지난 27일 실시된 합참과 유엔사 현장조사가 사고 지점에 접근도 하지 못한 채 종료된 것이 이를 보여줍니다. 국힘은 2015년 발생한 목함지뢰 사건과 비교하지만, 이번 사고는 당시처럼 평소 이용하던 기동로에서 발생한 게 아니라 새로운 수색로를 개척하려다 일어났습니다. 수풀과 잡목이 우거져 접근이 어려울뿐 아니라 추가 지뢰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의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장병과 조사 인력을 빨리 투입하라는 것은 2차 사고를 부추기는 위험한 행태입니다. 안보와 군인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보수 정당이라면 충분한 안전 확보 후 조사를 주장하는 게 올바른 대응입니다. "증거가 유실되도록 현장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현장 접근이 어려운 것은 북한도 마찬가지인데다, 한 의원 말대로 사고 지역 인근의 폭우 상황을 감안하면 현장조사 위험은 더 커집니다. 합참이 28일 폭발 사고 원인이 “북한군 지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판단을 내놨는데, 유실된 것인지 의도적으로 매설된 것인지 냉정한 자세로 최종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마땅합니다.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 2명 입국 비공개를 '김정은 심기' 운운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것도 전형적인 색깔론입니다. 인도주의 원칙을 우선한 진보 정부에서는 늘 북한측 인사 귀순시 비공개 원칙을 지켜왔고, 이번도 다르지 않습니다. 포로들의 한국 입국 소식이 알려질 경우 이들 가족이 탄압을 받을 거라는 건 명확한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국힘과 보수 언론이 "북한 눈치를 보느라 비공개했다"는 주장은 인권과 안보는 안중에도 없이 이재명 정부를 곤경에 빠트리겠다는 정치적 목표에만 골몰한 태도입니다. 보수 가치에 충실한 정당이라면 당초의 비공개 원칙 합의를 깬 우크라이나를 비판하는 게 합당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수 정당의 색깔론 공세는 자신들의 정치적 상황이 수세에 몰릴 경우 활로를 찾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는 만능키였습니다. 오로지 정권 안보가 지상과제인 정치집단은 보수 언론과 결탁해 강력한 색깔론 프레임을 구축해 국민을 겁박한 게 엄연한 현실입니다. 색깔론은 친북, 반미, 빨갱이, 종북으로 용어를 바꿔가며 진보 정부와 정당의 안보관을 왜곡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사용돼 왔습니다. 이번 비무장지대 지뢰 사고를 놓고 장동혁 국힘 대표가 이 대통령을 향해 "탄핵은 물론 당장 구속돼 재판받아야 할 범죄"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의도가 드러납니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장 대표와 국힘의 현주소를 스스로 실토한 셈입니다.

색깔론이 보수 진영의 무능력과 부정부패를 덮을 수 있는 편리한 방어망으로 활용됐다는 사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게 윤석열 정권이었습니다. 윤석열은 기회있을 때마다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색깔론을 펼쳤고, 끝내 내란을 일으켜 파멸을 자초했습니다. 지난 대선 당시 국힘은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나라 전체가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고 공세를 폈습니다. 정작 나라를 공산독재 국가처럼 추락시킬 뻔했던 건 국힘 출신 윤석열인데, 오히려 야당 공격에 색깔론을 이용했습니다.

지금 색깔론에 흔들릴 국민은 없습니다. 걸핏하면 소환되는 색깔론의 정치적 유효성은 수명을 다했고, 얕은 정략적 의도는 국민과 유권자의 반감과 분노를 키운다는 게 여러 차례 입증됐습니다. 이번에 안보 사안을 현 정부 공격의 호재로 삼고 있는 한 의원은 과거 국힘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국힘이 패하면 종북 세력이 이 나라의 진정한 주류를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종북 몰이'를 했지만 선거에 패했습니다. 보수 재건을 주장하면서도 퇴행적 보수 정당이 써먹어 온 낡은 정치 수법에 의존하는 건 자기 부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철 지난 색깔론을 버리지 못하는 한 국힘과 한 의원의 미래는 결코 밝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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