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장, 국무회의 '선별 참석'이 낫다
정부조직법상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문제는 없어
국민에게 수사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의구심 남길 여지
가라앉았던 공소취소 논란 수면 위로 다시 올라올 가능성도
중대범죄수사청장, 공소청장 등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기관의 장들이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석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런 조치가 보수 야권의 '공소취소' 공격에 빌미를 준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수사·공소기관장을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배석시키는 것 자체가 이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나 수사 지휘를 위한 개입으로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공소취소 논란에 선을 그었던 이 대통령에게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진보 진영에서도 나옵니다. 법조계에선 이들 기관장들을 상시적, 정례적 참석시킬 게 아니라 사안에 따라 선별적으로 배석토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김지용 중수청장의 20일 국무회의 참석이 논란이 된 것은 전례가 없어서입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을 거론하며 당연한 일이라고 일축한 것처럼 법적 문제는 없습니다. 현행 법에 따르면 국무회의 참석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무위원 등이지만 의장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주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시킬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다만 역대 정권에서는 수사 기관 책임자를 국무회의에 배석시키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이런 관행이 유지된 것은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정권이 수사기관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습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가 생중계되는 만큼 이 대통령이 세부사건 처리에 관여하는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청와대의 생각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수사·공소기관장 국무회의 참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점입니다. 이들이 매주 국무회의 말석에 앉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받아적는 모습이 카메라를 통해 노출되면 자칫 국민들 사이에선 정권의 비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중립적이라고 주장하더라도 국민들이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면 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지지율 회복이 시급한 이 대통령에게는 부정적 요소가 더해지는 셈입니다.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석해야만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정의 방향이나 방침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 국무회의를 통해 공유해야 할 사안이나 수사·공소기관장들에게 별도의 당부가 필요한 경우 선별적으로 부르고, 일반적인 지시 사항은 종전처럼 관련 장관을 통해서 전달하면 된다는 견해가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서 제기됩니다. 중수청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넘겨받아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공직자도 수사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청와대가 꼭 필요한 경우로 배석 요구를 최소화해 수사·공소기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입니다.
수사·공소기관장들의 국무회의 배석은 이 대통령의 공소취소 문제를 부각시킨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합니다. 국민의힘에선 당장 이 대통령의 수사기관 수장 국무회의 배석 지에 대해 "공소취소를 위한 밑작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수청장과 앞으로 임명할 공소청장, 경찰청장 등을 매주 국무회의에 부른다는 건 결국 공소취소를 이뤄내겠다는 뜻이라는 겁니다. 수사기관장들의 국무회의 참석과 이 대통령 공소취소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데도 이를 이를 연관짓는 건 이 대통령을 겨냥한 정치 공세임이 분명합니다. 청와대로서는 가라앉았던 공소취소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공소취소 논란에 명확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기존 기소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 권한이 담긴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는데, 이 대통령이 자신의 사건을 특검을 활용해 공소취소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원천적으로 없애달라는 취지였습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제 지휘 하에 있는 수사 기관들이, 또 수사 소추 기관들이 그 일을 하게 되면 또 오해가 발생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참석은 또다른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중수청과 공소청은 검찰개혁의 상징과도 같은 기관입니다. 국민들에게 이들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실하게 보장되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검찰개혁의 정당성도 더욱 확고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국민에게 불필요한 의심을 사지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대통령은 김 청장에게 "네편내편 가리지 않는 성역없는 수사"를 당부했는데, 신임 중수처장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앞으로는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게 합당합니다. 김 청장도 더이상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마땅합니다. 수사·공소 담당 기관장들의 국무회의 참석 정례화 방침은 재고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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