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당 해산' 옥죄는 3가지 의혹

김건희 특검의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 유착 수사가 급진전되면서 국힘 위헌정당 해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가 관심입니다. 통일교가 건넨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과 국힘 당원 불법 가입, 계엄 해제 표결 방해 등 3가지가 정당 해산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특검 수사에서 이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명백한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로 규정한 정당 해산 사유를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구속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불법 정치자금의 규모와 용처입니다. 특검은 통일교가 구속된 권성동 의원에게 1억원을 건넨 것은 물론 추가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전후 권 의원이 두 차례 한 총재를 찾아가 큰절을 하고 받은 쇼핑백에 최소한 수억원이 담겼을 거라는 게 특검 판단입니다. 두 사람도 쇼핑백 수수 사실은 인정하지만 한 총재는 세뱃돈을, 권 의원은 넥타이를 주고 받았다며 엇갈린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돈을 수수했을 개연성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문제는 이 돈이 어디에 쓰였냐는 점입니다. 이미 특검 수사에서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절반이 별도 포장돼 '임금 왕(王) 자' 표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일부가 윤석열 몫으로 준비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당시 돈을 건넨 통일교 간부는 "후보님을 위해 써달라"고 했고, 상급자에게는 "신뢰 수준의 지원을 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후 권 의원이 한 총재를 찾아가 쇼핑백을 받았고, 그날 윤석열은 통일교 간부를 만나 "한 총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전후 맥락으로 볼 때 통일교가 상당 규모의 정치자금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고, 이를 알고 곧바로 윤석열이 감사를 표시했을 공산이 큽니다.  

특검은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가 지구장들에게 2억원을 건네 국힘 광역시도당에 쪼개기 후원을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입니다. 윤석열을 당선시키기 위한 조직적 개입이라고 의심하는 겁니다. 이런 정황은 윤석열 당선 자체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안입니다. 당장 윤석열에 대한 추가 기소로 연결될 수 있고, 국힘에도 상당한 후폭풍이 불 수밖에 없습니다.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 반납은 물론 정당해산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한다는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국힘 당원명부 압수수색에서 통일교 교인으로 추정되는 인사를 무더기 확인한 것도 정당해산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특검이 확인한 통일교 국힘 당원 명단은 약 12만명인데, 김건희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건희가 국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권 의원을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에 도움을 요청했고, 한 총재 승인 아래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는 게 특검 판단입니다.

심각한 건 이런 사실을 당지도부가 몰랐겠느냐는 점입니다. 통상 당지도부는 당원의 증감 여부에 대해 주기적으로 보고받는 게 일상 업무입니다. 더구나 당대표 선거가 임박한 시점이라면 특정 시기나 지역에서의 당원 급증은 민감한 사안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검은 통일교 당원 가입이 윤석열과 국힘 지도부의 긴밀한 협의 하에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않는다'는 정당법에 저촉되는 행위로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국힘은 가뜩이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비상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차례 변경한 추경호 전 원내대표 뿐 아니라 원내대표실에 함께 있던 다수의 의원들도 수사 대상에 올라있습니다.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는 유일한 헌법기관인 국회 표결을 방해한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정당의 기본적 책무를 포기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내란에 동조하고, 종교단체와 연계해 불법 정치자금을 수사하고 위장 당원까지 받아들였다면 국힘은 정당으로서 존립 근거를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공당이 특정종교의 외곽조직으로 전락했다면 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도 국힘은 특검 수사를 "야당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장외투쟁에 나섰습니다. 국힘 정당해산 여론은 여당이 아니라 국힘 스스로가 띄우고 있는 형국입니다.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반성없이 '윤어게인'을 외치는 정당은 존재할 가치가 없다는 게 다수 국민의 뜻입니다.

[한승훈 칼럼] 트럼프의 항모와 진인의 배

극우 진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 정부를 위협하고 윤석열을 구해낼 거라는 망상이 팽배합니다. 한승훈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이런 현상은 현재의 왕조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를 세울 메시아적 인물이 나타날 거라는 조선 시대의 진인신앙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환상을 부추기고 정치적 동원을 시도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보려는 세력이 더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

[세상읽기] '프랑스 복지중독론'을 반면교사 삼자고?

프랑스 파업사태에서 한국의 복지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수 언론의 논조가 두드러집니다. 최영준 연세대 교수는 프랑스 국가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감세와 공공부문 감축이라고 분석합니다. 우리의 복지 지출은 프랑스의 절반에 불과하고 정부부채는 채 절반도 안 된다고 덧붙입니다. 진짜 프랑스를 닮은 건 복잡해지는 제도들과 합의문화 부재, 역진적 방향의 조세개혁이라는 진단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