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의 '굴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전현직 지휘부의 잇단 기소로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면서 공수처가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26일 채상병 특검에 의해 재판에 넘겨져 현직 공수처장이 기소된 첫 사례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오 처장뿐 아니라 공수처 차장도 함께 기소됐고, 앞서 지난해 공수처 처·차장을 대행한 검사들도 비위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습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선 검찰 폐지로 공수처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수처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채상병 특검 수사 결과는 공수처 존립 이유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오 처장과 이재승 차장은 지난해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검찰에 통보하지 않고 뭉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공수처장은 소속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대검에 통보토록 한 공수처법을 정면으로 어긴 셈입니다. 오 처장은 당시 고발이 공수처 지휘부를 겨냥한 부당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판단했다고 하지만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송 전 부장검사를 감쌌다는 점은 더 용납받기 어렵습니다. 그는 지난해 공수처 차장직을 대행하며 윤석열의 개인 휴대전화 및 대통령실 내선 번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집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영장 청구를 강행하면 자신이 사표를 내겠다고 했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과거 대검 중수부와 대구지검 특수부 시절 윤석열과 함께 근무한 이력이 있는 '친윤' 성향을 드러낸 겁니다. 이런 전력을 알고 있는 오 처장이 송 전 부장검사의 혐의를 숨긴 것 자체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합니다. 공수처의 채상병 사망 수사 외압 사건이 1년 넘게 전혀 진척이 없던 것도 이런 연유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그간 공수처의 수사 행태는 단순히 '무능'으로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귀연 부장판사 '룸살롱 접대 의혹' 수사입니다. 공수처가 고발 사건을 접수한 게 지난 5월인데, 여태껏 손놓고 있다가 최근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습니다. 지 판사의 당시 동선과 계좌·신용카드 사용 내역, 업주 조사 등을 통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데 수수방관한 건 수사 의지에 강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 딸 외교부 특혜채용 의혹 사건은 고발된지 8개월이 지났는데 감감무소식이고,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감사 의혹은 2년이 지나도록 진척이 없습니다.
일반 수사에서도 공수처는 낙제점을 면키 어렵습니다. 공수처는 검사·판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고위직 범죄는 직접 기소할 수 있지만 지난 5년간 재판에 넘긴 건 단 6건에 불과합니다. 이 가운데 대법원 판결이 난 3건은 무죄와 선고유예였습니다. 검찰에 청구한 구속영장도 8건뿐이고, 내란사건 2명을 빼곤 다 기각됐습니다. 애초 공수처의 부족한 인력과 조직에 문제가 있긴 하지만, 부여된 위상에 비해서는 초라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수사 인력이 모자라면 강한 결기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렇다할 수사 의지조차 실종된 게 공수처의 현재 모습입니다.
문제는 검찰청 폐지로 공수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수사·기소가 분리되는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가장 강력한 수사기관의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공수처 검사를 대폭 늘리고, 수사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법안을 추진중입니다.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제대로 수사를 하려면 인력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무조건 힘을 실어주는 건 곤란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공수처라면 검찰 같은 '괴물'로 변질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정권에서 확인된 공수처의 모습은 무능과 무기력, 정권 눈치보기가 전부라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정권의 비리에 맞서 결기를 보인 경우는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마당에 인력과 권한만 늘려줬을 때 어떤 부작용과 후과가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공수처를 강화하되 가장 강력한 부패수사 기관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가 선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공수처부터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환골탈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세훈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서 공사에 착수한 일명 '받들어 총' 논란이 한창입니다. 송현숙 경향신문 후마니타스연구소장은 오 시장 스스로가 국가의 얼굴이라 칭한 광화문 광장에 거대한 총 모양 조형물 조성은 무상급식을 한참 능가하는 시대착오라고 지적합니다. 국가의 상징공간을 바꾸겠다면, 비겁하게 숨지말고 2011년처럼 투표에 부쳐 시민들을 설득하고 의견을 구하라고 촉구합니다. 👉 칼럼 보기
[세상읽기] 지난 겨울 광장의 당신...안부를 묻는다
내란 사태 1년을 맞으면서 당시 광장에 나선 시민들의 열망을 되새기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지치지 않고 내달렸고 마침내 도착했지만 그곳은 사실 내가 출발한 원점이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생활이, 우리의 노동이 점점 외로워지는 것을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묻습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