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취소' 뇌관, 제거될까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조작기소 특검법과 관련해 '법과 상식'을 언급하면서 '공소 취소' 뇌관이 제거될 지 관심이 쏠립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잘못됐으면 (공소를) 취소하고, 잘못 안 됐으면 놔두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조작기소 특검법 처리의 방향타가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공소 취소 논란은 6·3 지방선거에서 서울과 영남권 등 접전지역 선거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힙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소 취소 조항이 포함된 특검법 처리를 강행할 경우, 이 대통령과 민주당 등 여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큽니다. 정치권에선 결국 민주당이 조작기소 특검법은 처리하되, 공소 취소 조항은 삭제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분명히 할 것은 조작기소 특검법과 공소 취소 조항은 별개라는 점입니다. 여당이 지난달 발의한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당선 전에 기소돼 재판을 받던 사건의 조작 여부를 특검이 수사토록 했습니다. 대장동·위례·백현동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이 대상으로, 국정조사를 통해 검찰의 불법행위와 부당한 수사가 상당 부분 밝혀졌습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진술 회유나, 대장동 일당 남욱의 강압 수사 정황은 윤석열 정권의 정적 제거를 위해 검찰권을 악용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이를 규명할 특검을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있을 수 없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특검에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할 것이냐는 점입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 6조는 '특별검사의 직무 범위와 권한'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사건에 관한 수사, 공소제기, 공소유지 및 그 여부의 결정"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공소 취소라는 단어는 없지만, 특검이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공소 취소 권한이 검사에게 있으니 검찰을 대신하는 특검이 그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특검은 검찰이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할 때 예외적으로 설치되는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 수사와 기소를 넘어 검찰이 제기한 공소까지 취소하는 건 특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형사법의 대원칙인 '자기 사건의 심판 금지'와 '이해충돌 방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 난관입니다. 특검의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는데, 특검이 대통령이 받는 재판을 취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진보적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나옵니다. 특검에게 공소취소 권한을 부여하면 법원의 재판 진행을 행정적·정치적 판단으로 차단하는 셈이어서 헌법이 정한 권력 분립 원칙을 어긴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법적 쟁점을 돌파하려면 여론의 강력한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선거 후 여권이 처한 현실은 역부족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공소 취소의 현실성과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특검법 통과로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받더라도 특검이 이를 행사하느냐는 건 또다른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수사를 통해 누가 봐도 수긍할만한 공소 취소 사유가 밝혀지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특검 자신이 사법적 부담을 지게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직무유기죄나 법왜곡죄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해석입니다. 설혹 공소 취소가 되더라도 '공소 취소 후 다른 중요한 증거를 발견한 경우에 한하여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논란을 키운 데는 청와대 미온적인 반응도 한몫했습니다. 당초부터 여권 주변에선 민주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추진이 이 대통령 뜻을 반영한 것이란 얘기가 돌았습니다. 청와대는 민주당이 특검법을 발의했을 때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선거 이후 처리'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누구나 잘못하면 사과하고 취소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공소 취소를 염두에 둔 발언이란 해석이 제기됐습니다.
조작 기소 특검의 목적은 이 대통령 사건의 실체 규명입니다. 특검 수사 결과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사건을 조작기소한 사실이 뚜렷하게 밝혀지면 검찰도 공소 취소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어려워집니다. 그런데 수사도 하기 전에 공소 취소가 먼저 거론되는 것은 특검이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연관된 공소 취소는 법률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사안입니다. 이제 민주당이 충분하게 국민 의견을 수렴해 특검법 시기·내용을 수정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 파장이 커지면서 시위도 장기화할 조짐입니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두고 참정권 침해를 넘어 부정선거를 위해 대대적 조작이 이뤄졌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합니다. 부정을 저지르고자 하는 자는 '이기고 싶은' 쪽인데, 그럼 선거에서 이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정선거를 했다는 얘기냐고 반문합니다. 👉 칼럼 보기
[세상 읽기] 잠실 집회, 첫 시민의 순간
서울 송파구 개표소 앞 집회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웁니다. 최성용 사회연구자는 분명한 건 그들 다수가 양당제가 민의를 대의하는 방식에서 비켜난 이들이라는 점이라고 진단합니다. 부정선거가 아닌 '재선거'를 구호로 걸고, 자발성과 순수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집회 참가자들은 극우가 아닌 민주공화국의 시민이 되기를 택한 것이라고 규정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