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보다 더한 장동혁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판세가 김문수와 장동혁 2파전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장 후보의 변신이 새삼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친한계의 핵심으로 꼽혔던 인물이 지금은 '윤어게인'과 '전한길' 옹호자로 입장을 바꾼 데 대한 소문과 억측이 정치권을 달구는 모습입니다. 국민의힘 주변에선 권력에 대한 해바라기 성향과 보수 개신교인으로서의 극우화 동조, 한동훈과의 불화설 등 다양한 해석이 돌고 있습니다.

판사 출신으로 2022년 보궐선거에서 국회에 입성한 초보 정치인 장동혁의 존재감을 알린 건 한동훈입니다. 한동훈은 비대위원장 시절 통상 중진 의원이 맡는 사무총장 자리에 장동혁을 임명한 데 이어,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로 장동혁을 정해 수석최고위원에 선출되도록 했습니다. 당시 한동훈은 장동혁을 '소울메이트'라 부르며 친밀감을 나타냈습니다. 한동훈 체제 2인자가 된 장동혁은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친윤계 견제를 방어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밀월 관계가 깨진 건 윤석열 탄핵 국면입니다. 장동혁은 윤석열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에 이름을 올린 18명의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이었지만, 탄핵에는 한동훈과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윤석열 탄핵소추 가결 후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된 것도 장동혁이 최고위원 자리에서 물러난 게 직접적 계기가 됐습니다. 장동혁은 이후 친윤계로 180도 변신해 윤석열 체포 저지를 위해 관저 앞에 집결한 국민의힘 의원 45명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친윤계 의원들보다 강경하게 윤석열을 옹호해 '맹윤(맹렬한 친윤)'으로 분류될 정도였습니다.

장동혁의 급격한 변신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는 건 권력욕이 강한 기회주의적 성향이라는 분석입니다. 그 일단을 보여주는 사례가 2022년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인데, 당시 대전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던 장동혁은 대전시장 경선에서 나서면서 보령·서천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유리하게 나오자 약속을 뒤집고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습니다. 친한계에서 친윤계로의 환승도 결국 강성지지층과 친윤 득세에 따른 현실적 권력구도를 쫓은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서의 성향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장동혁은 판사 시절부터 '크리스천 정치인'으로 불려왔으며, 지역 기독교 행사에 직접 참여하고 공식 석상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신앙, 기도 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선 한동훈과의 불화설을 드는 이들도 있는데, 윤석열 탄핵을 놓고 언쟁을 벌이는 도중에 한동훈으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은 게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그 당시 장동혁이 한동훈 당대표 사무실에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오는 사진이 화제가 됐습니다. 장동혁이 19일 TV토론에서 내년 보궐선거에서 한동훈이 아닌 전한길을 공천하겠다고 밝힌 것도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케 합니다.

장동혁은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라는 비판에 선을 긋고 있습니다. 그는 얼마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탄핵에 찬성했던 내부 총질세력이 탄핵에 반대했던 수많은 국민과 나를 극우로 몰아가는 꼴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썼습니다. 장동혁은 전당대회 토론에서 배신자, 기회주의자라는 지적에 "탄핵이든 계엄이든 어떤 사안에 대해 제 말이 바뀐 것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선 "사람을 기준으로 보면 행보가 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방향을 보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애초부터 권력지향적인 태도와 성향을 지닌 터라 그의 롤러코스터 같은 행보가 이상할 게 없다는 지적입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세가 전한길을 등에 업은 '장동혁 돌풍'으로 요동치면서 당내에선 김문수보다 장동혁이 더 걱정된다는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김문수가 당대표가 되면 그나마 지난 대선에서 후보 교체 파동을 일으킨 친윤계를 솎아내는 시늉이라도 하겠지만 장동혁 체제에선 '윤어게인'과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대놓고 활개를 칠 거라는 전망입니다. '내란 정당'에 이어 '전한길당'으로 전락한 국민의힘은 누가 당대표가 돼도 시대착오적 퇴행과 폭력적 일탈로 깊은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오창민 칼럼] 김건희 악마화를 경계한다

김건희의 명품사랑 소식이 연일 보도되지만 국정농단의 본질은 아니라는 견해도 적지않습니다. 경향신문 오창민 논설위원은 김건희가 밉상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지만 명품 수수 의혹이 권력형 비리인 김건희 사태의 본질을 흐릴까 걱정된다고 말합니다. 김건희를 향한 감정을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김건희 비리의 전체 구조를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 칼럼 보기

[뉴스룸에서] 끝을 봐야 할 '산재와의 전쟁'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산재와의 전쟁'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심입니다. 한겨레신문 김소연 사회정책부장은 산재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답답한 현실에서 이 대통령의 산재 근절 의지는 평가받을 만하다고 말합니다. 다만 산재는 발생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가 제재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예방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