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극우 김문수'의 부상

극우 성향의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의 선두주자로 부상한 것이 보수, 진보 진영 모두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보수 결집의 의미를 넘어 극우 세력의 발호가 정치 지형을 흔드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는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어서입니다. 조기 대선에 대비해 중도층 강화 전략을 펴야 하는 국민의힘에서도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윤석열 파면이 현실화하면 다소 가라앉을 거라고 보면서도 일과성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문수가 여러 조사에서 보수진영이 가장 선호하는 후보로 떠오른 데는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보수 결집세가 크게 작용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강경 보수층 사이에서 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학습효과가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에서 그 과실이 김문수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윤석열 구속 및 탄핵 사태로 갈 곳 잃은 강성 보수 세력이 현 정부를 굳건하게 지키는 김문수로 향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입니다.

윤석열정권의 강성 장관 중 한 명으로만 인식되던 김문수가 강경 보수층을 사로잡은 결정적 계기는 12·3 비상계엄 직후 국회에서 야당의 '기립사과' 요구를 거부한 장면입니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사과했지만 김문수만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었습니다. 김문수는 '윤석열 탄핵에 동의하느냐'는 야당 추궁에도 "답변할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이런 태도가 윤석열을 엄호하고 보수를 지킬 사람으로 영웅화됐다는 게 여권 주변의 시각입니다.

김문수는 그간 노조 혐오와 극우적 편향 행보로 지탄을 받아왔던 인물입니다. 노동운동을 하다 1994년 김영삼의민주자유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이 된 후 보수정치인의 길을 걸었습니다. '변절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강한 보수 우파로 돌아서 노동계와 민주당 등 진보진영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습니다. 노무현·문재인의 이념을 들먹이며 자주 독설을 날렸는데, 특히 "문재인은 정신병자" 등의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김문수가 본격적인 극우 행보를 보인 건 전광훈 목사와 손잡고부터입니다. 서울시장 선거에 서 낙선한 뒤 광화문 태극기 집회에 자주 참석하더니 전광훈과 함께 자유통일당을 창당했습니다. 유튜브 채널 '김문수TV'를 개설해 극우 유튜버로도 활동했습니다. '정치부랑자'로 떠돌던 김문수를 다시 끌어들인 건 윤석열입니다.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은 자신을 지지한 김문수에게 노동 문제 조언을 많이 들었고, 집권 후에는 경사노위 위원장에 발탁했습니다. 관료출신과 달리 좌고우면하지 않는 김문수의 추진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극우 성향이 뚜렷한 김문수는 강성 지지층에는 소구력이 있지만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도 내심 김문수의 부상에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양자구도에서 김문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있긴 하지만 실제 대선 국면에 들어서면 중도층으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김문수 강세가 계속될수록 강성 지지층과 절연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현실적 고민도 큽니다.

정치적 고려와 별개로 김문수의 부상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음은 심각합니다. 윤석열정권 집권 후 노골화되기 시작한 극우·독재화의 징후가 이번 탄핵 사태로 표면화됐고, 이것이 김문수 지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국민의힘 주류가 윤석열을 매개로 극우 세력과 손잡으면서 서로를 부추기고 세를 확장하는 현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김문수의 부상은 극우가 점차 주류화·권력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하나의 장면일 수 있습니다. 냉정한 현실 인식과 대응이 필요해 보입니다.

[서울 말고] 눈 떠보니 깡패국가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 지역의 분위기를 전하는 두 편의 칼럼이 눈길을 잡습니다. 신현수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은 '윤석열'이 인천에도 살고 있다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행태를 비난합니다. 윤석열 호위무사가 돼 전광훈 목사 주최 극우 집회에서 사실상 폭동을 선동하고 있다며, 이런 '윤석열'들로 인해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깡패국가'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고 개탄합니다. 👉 칼럼 보기

[삶과 문화] 부산에서 보수의 거리를 걸었다

오홍권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부산의 원도심을 둘러보며 느낀 분위기를 전합니다.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며 헌책 거래가 시작된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한강 작가의 책이 잘 팔리는 장면과 함께 그 부근의 임시수도기념관에서 목격한 노인 부부의 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열심히 시청하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을 대비시켜 안타까움을 나타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