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에 '연포탕' 사라진 이유

국민의힘 지도부가 '친윤' 일색으로 구성됐습니다. 김기현 당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빈말에 그쳤습니다. 일부 인사를 비윤계로 임명했다고 하지만 포장에 불과합니다. 당 내에선 주요 당직 인선이 예상됐던 것이라는 반응입니다. 어차피 대통령실에서 주도권을 갖고 진행한 당직 인선이라는 겁니다. 집권여당 국민의힘을 친윤석열(친윤)계가 장악하는 '직할 체제'가 완성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내년 총선 공천 실무를 책임지는 막강한 자리인 사무총장엔 '윤핵관 4인방'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이 임명됐습니다. 당초 사무총장에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이 유력했으나 '김장연대' 논란으로 배제된 후 줄곧 이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됐습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장 의원의 오른팔로 불린다는 점에서 장 의원이 강력히 밀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때문에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장 의원이 배후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주목할 것은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당직에 중용됐다는 점입니다. 사무총장을 보좌하는 부총장에 임명된 박성민(전략기획)·배현진(조직) 의원은 대표적인 친윤계 초선으로 꼽힙니다. 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초선그룹 내 친윤 핵심이고,  총선 공천 여론조사를 관장하는 여의도연구원장도 초선인 박수영 의원이 꿰찼습니다. 나경원 전 의원을 주저앉혔던 집단 성명을 주도한 초선 의원들의 대통령 '홍위병' 역할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국민의힘에선 비주류로 분류되는 인물들도 당직에 포함된 점을 들어 당내 통합을 주장하지만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초선 강대식 의원을 임명했다고 하나 그는 진작에 유승민계에서 이탈해 친윤 주류에 편입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나경원 전 의원 캠프에서 활동한 김민수 전 당협위원장의 대변인 합류도 그가 친윤 주류와 결을 같이 해왔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을 희석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당 안팎에선 이번 당직 인선 작업에 대통령실이 깊숙이 관여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당직에 중용된 초선 의원들을 비롯해 지도부 상당수가 윤 대통령과 '직통' 연락이 가능한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굳이 김기현 대표를 거칠 필요 없이 윤 대통령이 이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지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됐음을 의미합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에 '친정 체제'를 넘어서 윤 대통령의 '직할 통치 체제'가 꾸려졌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김 대표의 당 장악력에 의문부호를 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로지 ‘윤심’ 덕에 당권을 거머쥔 한계 탓입니다. 당 지도부 대부분이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김 대표 권한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개정 당헌에서 최고위원 4명 사퇴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다는 점을 들어, 김 대표가 총선 공천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할 경우 낙마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옵니다.

여권에서 흘러나오는 대통령과 김 대표의 정례 회동을 이런 맥락에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이 구상은 대통령실보다는 김 대표 측에서 적극적으로 제안했습니다. 대통령과의 단독 회동이 당내에서 자신의 권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당초 김 대표 측은 주례회동을 제안했는데 대통령실에서는 격주로 하자고 답했고, 결국 어제(13일) 용산 만찬에서 '월 2회 정도' 정기 회동을 갖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앞으로 김 대표와 지도부 사이에서 '충성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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