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비선' 의혹, 왜 자꾸 나오나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비서실장' 기용설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김건희 여사 비선'의 실체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 여사가 이번 사태의 진원지인지, 김 여사 라인이 실제 존재하는지가 논란입니다. 특히 김 여사가 각종 공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느냐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국정 의사 결정 라인에 속하지 않은 김 여사가 인사 등에 관여한 게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때 최순실 국정농단에 버금가는 사안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의문은 '박영선-양정철 카드'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느냐는 것입니다. 이번 사태는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공식 라인이 아닌 다른 라인에서 언론에 흘리면서 불거졌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대변인 등 공식 라인의 부인에도 재차 검토설을 시인하는 대담함을 보였습니다. 문제는 비서관급인 이들 참모가 김 여사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라는 점입니다.

정치권에선 비서관 정도의 사람들이 자신들과 대척점에 있는 야권의 비중있는 인사들을 추천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따라서 이 구상을 처음 제기한 인물은 김 여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입니다. 박영선과 양정철은 김 여사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아이디어를 냈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이 경우 공식 라인이 모를리가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김 여사가 아이디어를 제기하고 윤 대통령이 허락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김 여사의 인사 개입설이 입길에 오른 건 이번뿐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된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동영상에 김 여사가 인사 청탁을 받는 듯한 장면이 논란이 됐습니다. 당시 최재형 목사는 "김 여사가 자신과 대화 중 걸려온 전화에서 '뭐라고 금융위원으로 임명하라구요' 등의 말을 나눴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3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경질 사태 때도 김 여사의 입김으로 외교라인이 전격교체됐다는 말이 외교가에 돌았습니다. 이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에 김 여사의 대학원 동기가 기용되면서 의혹은 증폭됐습니다.

대통령실에 김 여사의 입김으로 기용된 '김건희 라인'이 존재한다는 것은 용산 주변에선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용산의 '실세 문고리 4인방'이란 말이 회자됩니다. 비서관 3명에 행정관 1명 등 구체적인 실명까지 거론됩니다. 앞서 2022년 6월에는 김 여사의 사업체였던 '코바나컨텐츠'의 임직원들이 김 여사 공식일정에 수행해 논란을 빚었고,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의 아들이 행정관에 임명된 사례도 있습니다.  

여권에선 이런 난맥상의 원인으로 현재 대통령실의 인적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검찰·법조계 인사와 관료그룹, 김 여사 인맥, 여의도 출신 인사들이 혼재돼 있다는 겁니다. 그러다보니 내부 소통과 의사결정 구조에 결함이 있다는 얘기가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번 사태는 예고편에 불과한 것으로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돌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진정 인적쇄신을 할 의지가 있으면 김 여사 인사 개입 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정 운영과 관련해 대통령의 배우자로부터 조언을 들을 수는 있지만 가장 공적인 사안인 인사 문제만큼은 관여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얘깁니다. 과거 YS 정권에서 아들 김현철의 인사 개입과 박근혜 정권 때 최순실 비선라인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국정 수습의 최우선 과제는 대통령실 내부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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