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속실' 설치, 안 하나 못 하나
김건희 여사가 사전투표에 나서지 않는 등 100일 넘게 두문불출인 가운데 대통령실이 공언한 제2부속실 설치가 무산되는 분위기입니다. 총선 전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을뿐 아니라 선거 후에도 흐지부지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여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에 강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이유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조국혁신당이 총선 후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나서겠다고 밝혀 향후 정국에 뇌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제2부속실 설치는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비판 여론이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대통령실에서 꺼낸 카드입니다. 당시 대통령실은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통령실에서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2부속실 설치를 공식화한지 석 달이 넘도록 가타부타 언급이 없는 상황입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제2부속실 설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KBS 대담에서 김 여사 명품백 의혹을 언급하면서 "(제2부속실은) 이런 일을 예방하는 데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며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제2부속실 설치는 이미 김 여사 전담 인력이 배치돼 있는 터라 결심만 하면 며칠 만에라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도 여태껏 하지 않는 건 윤 대통령, 나아가 김 여사가 부속실 설치를 원하지 않아서일 공산이 크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총선 후 제2부속실 출범 가능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김 여사가 활동을 재개할 텐데 그 명분으로 설치를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입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도 중도층 표심에 호재가 될 제2부속실 문제를 매듭짓지 않을 걸 보면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김 여사가 활동을 재개하더라도 부속실 설치는 표류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여권에선 김 여사가 총선 투표를 계기로 공개 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가 많습니다. 김 여사는 5일과 6일 실시된 사전투표에 나서지 않았는데, 야권 지지층 결집 등의 정치적 여파를 우려해서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김 여사는 10일 본투표 당일 늦은 시간에 조용히 투표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여사는 이를 계기로 그동안 보류했던 윤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등의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대외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신에서도 김 여사의 잠행은 관심거리입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일 '한국의 영부인이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이목을 피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면서 "선거 국면에서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차단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각종 행사에서 윤 대통령만 모습을 보인데 대해서 더스트레이츠타임스(싱가포르)·인디펜던트지(영국)·일메사제로(이탈리아) 등 외신들이 김 여사 행방을 다룬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김 여사 논란은 총선이 끝나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민주당은 지난달 폐기된 '김건희 특별법'을 재발의하면서 총선 후 국회 재통과를 벼르고 있습니다. 재발의된 법률안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뿐 아니라 명품백 수수 의혹, 양평고속도로 특혜, 공관 리모델링 공사 특혜 의혹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게다가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힘을 합쳐 '검건희 종합특검법'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인요한 국민의미래 선대위원장은 "김 여사 논란은 다 지난간 일"이라고 말했지만, 총선 후에는 활화산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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