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비겁한 군 장성들
12·3 내란에 가담한 군 지휘관들이 재판과 탄핵심판에서 비겁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기보다는 혐의를 부인하거나 떠넘기는 행태로 일관하는 양상입니다. 특히 하나같이 "상급자의 명령을 따랐을뿐"이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군의 명예를 더욱 실추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이런 비판은 내란 사태 두 달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과조차 내놓지 않는 군 수뇌부를 향해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내란에 가담해 구속기소된 전직 사령관들의 주장은 "지시에 따랐을 뿐이고 당시엔 지시의 부당성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TV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보고 그 짧은 시간에 적법한지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고 했고,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도 "국민을 상대로 방송을 통해서 얘기하는데 위법, 위헌이다라는 생각을 확인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군 주요 지휘관에게 계엄령은 평소 상식에 가까울 정도로 숙지돼 있는 최고의 군사사항입니다. 본인이 잘 모르더라도 법률참모에게 물어보거나 법전을 들춰봤으면 쉽게 위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책임 회피입니다.
더 황당한 건 상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입니다. 여인형은 군사법원에서 "지휘관으로서 명령을 따랐을뿐"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그는 "맞고 틀리고를 떠나 위기 상황에 군인은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정보사령관 업무만을 정당한 명령으로 받았을 뿐"이라고 했고, 이진우는 탄핵심판 증인 진술에서 "윤석열의 국회 병력 투입 지시는 적법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상급자의 부당한 명령은 따르지 않아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게 판례로 정착돼 있고, 군 내부 교육으로도 확립된 사안입니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이 위법한 계엄에 반발해 사표를 낸 것과 비교하면 이들 지휘관은 당장의 안위를 위해 부당한 명령인지 알면서도 순순히 따랐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은 비상계엄 직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최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김용현은 자신이 전군(全軍)을 지휘하겠다고 하면서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항명죄로 처벌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공소장에 기재돼 있습니다. 회의에는 수십 명의 지휘관과 고위장성이 참석했지만 김용현의 말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계엄선포의 정당성과 불법 여부를 따지지 않았다는 건 사실상의 내란 행위를 알면서도 불이익이 두려워 침묵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지금의 군 내부 분위기도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내란에 군이 동원돼 위상이 크게 실추됐는데도 군 내부에서 이렇다할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육군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국방일보 기사 등에서 계엄과 관련된 글이나 기사는 전혀 올라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되레 비상계엄을 유도하기 위한 '북풍 공작' 의혹에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가 나서 '장병들의 사기 저하'를 들며 강하게 반발하는 모양새입니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내란이 실패로 돌아간 데는 국회 등에 출동한 중간 간부와 병사들의 암묵적 저항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들은 현장에서 비상계엄의 위법성과 부당함을 깨닫고 불복종 대열에 섰습니다. 그러나 최정예 부대의 사령관들은 수 개월 전부터 계엄 계획을 들었으면서도 누구 하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내란행위에 동조했습니다. 뒤늦게 계엄을 알게 된 다수의 군 장성들도 침묵했습니다. 내란행위 가담과 동조로 향후 군이 어떤 지경에 처하게될 지 고뇌하는 장군들이 없었다는 것은 민주주의에 취약한 우리 군의 실상을 드러냅니다.
그동안에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해온 군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고 시민의 편에 설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12·3 내란으로 이런 기대는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군은 대한민국의 무력을 독점하는 유일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그런 의사를 품지 못하도록 하려면 문민통제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민통제는 군사 및 국방정책에 관한 의사결정권을 직업군인이 아닌 민간인에게 부여한다는 원리입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 강화를 차기 정부 최우선 과제로 둬야 할 이유입니다.
국민의힘이 지지율 상승에 취해 '내란 옹호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한국일보 이영태 논설위원은 윤석열이 탄핵된다면 여당에 엄청난 귀책사유가 생긴다고 말합니다. 대선에 후보를 내지 말라는 비현실적 요구는 지나치지만 적어도 정권 재창출을 도와달라고 읍소하려면 정당 해체 수준의 파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그 많던 북한군은 다 어디로 갔나?
우크라이나에 파병됐던 북한군의 행방을 두고 철수설 등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한겨레신문 정의길 선임기자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은 이제 다시 모호한 안갯속에 들어갔다고 말합니다. 트럼프의 취임과 한국의 윤석열 탄핵으로 우크라이나와 한국이 밀어붙이던 북한군 파병 프로파간다가 더 이상 공간을 찾기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