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수사 이렇게 했나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을 수사한 박상용 검사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검사들의 수사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측을 상대로 불법적인 형량거래 시도와 거짓 진술 압박은 물론 가족까지 수사선상에 올리며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검찰이 어느 한 사람을 표적으로 삼은 뒤 별건수사나 다른 피의자를 회유·협박해 증거를 조작해온 그간의 수사 방식이 이번 녹취록으로 여실해졌습니다. 야당 대표를 기소해서 '사법적 족쇄'를 채우려는 의도가 뚜렷해진 만큼, 일개 검사에 그칠 게 아니라 '윗선'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박상용 녹취록'은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표적 수사'였음을 보여주는 정황이 곳곳에서 나타납니다. 박 검사는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면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거'에 대해서는 이 전 부지사의 '보석'과 '공익제보자 신분' '추가 영장 청구 안 한다' 등을 언급했습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통령에 불리한 진술을 해주면 감경받고 보석으로 석방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노골적인 회유입니다. 구체적인 대가를 약속해서 받아낸 진술은 재판에서 유죄 증거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그걸 넘어 검사가 야당 대표를 옭아매기 위해 불법적인 플리바게닝을 했다면 검찰권을 남용한 중대범죄에 해당합니다.

더 부적절한 건 이 전 부지사 가족과 주변인에 대한 협박성 발언입니다. 박상용 녹취록에는 "이화영 씨가 협조한 점에 대해 충분하게 저희도 노력하는 부분"이라고 말하며 이 전 부지사 주변인에 대한 추가 수사나 영장 청구를 막았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실제 박 검사는 이 전 부지사의 부인과 아들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이 전 지사 부인은 남편의 재판에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 공문을 활용하려 했다는 혐의를, 아들에게는 이 전 부지사의 쌍방울 법인 카드를 일부 사용했다는 혐의를 씌웠습니다.

쌍방울 사건에서 검찰이 이 대통령 기소를 목표로 관련자들을 회유·협박한 정황은 지난달 폭로된 '김성태 녹취록'에서도 드러났습니다. 김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구치소를 찾아온 지인들에게 "(검찰이)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한다"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다" 등 강압수사 고통을 호소하는 말을 수차례 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쌍방울그룹 임원들만이 아니라 김성태의 동생과 사촌, 매제 등 10여명을 무더기로 구속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습니다. 김성태는 검찰에 협조한 덕분에 혐의가 줄어들었습니다. 이른바 '연어술파티'도 검찰의 회유 및 협박 과정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검찰의 '표적 수사' 의혹은 이 대통령과 관련된 다른 사건에서도 불거졌습니다.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는 지난 1월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저를 포함해 가족과 지인까지 모두 기소할 것처럼 이야기해 협조할 수밖에 없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진상 전 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검사들한테 '배를 가르겠다' 이런 얘기까지 들었다"며 "그렇게까지 얘기를 들으면,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 방향을 안 따라갈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윤석열 정권의 검찰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관련자들을 협박하고 회유했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 특수부 수사는 짜맞추기·별건수사와 구속영장 과잉 등 불법수사가 관행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당시 검찰은 친형의 뇌물 수수 의혹부터 시작해 본인은 물론 부인, 딸, 조카사위, 친구까지 수사를 확대해, 결국 노무현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조국 혁신당 대표도 본인은 물론 부인과 아들, 딸 등이 별건 수사, 표적 수사의 희생양이 됐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의 이런 구태는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이번 이 대통령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에서 검찰의 불법 수사 정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면 수사 검사의 독단적 행동이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 진행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박 검사 녹취록에도 '저희'라는 말과 '수사팀에 보고'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이 대통령 수사가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 등 여러 곳에서 이뤄진 것을 보면, 이를 통할하는 대검 등 수뇌부가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며 압박 또는 질책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힘듭니다.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 수사 등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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