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통령 소속'부터가 문제다

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 탄핵을 추진하는 가운데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게 바람직하냐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헌법 기관'인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으로 돼 있어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을 훼손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은 정당하지만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감사원을 독립기관화하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당장 가능한대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최 원장의 탄핵 사유는 여러 개지만 발단을 톺아보면 2022년 7월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한 발언입니다. 중립성과 독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 충격을 줬는데, 최 원장은 헌법 규정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헌법 97조는 '국가의 세입ㆍ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돼 있습니다. 감사원이 대통령 소속 기관이므로 국정 운영을 지원한다는 논리로 연결시킨 셈입니다.

이런 최 원장의 발언은 헌법 정신을 외면한 궤변임에 틀림없습니다.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와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한 감사원법 제2조를 따르더라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둔다는 헌법 조항으로 인해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통과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헌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정치적 탄핵'"이라는 대통령실 주장은 터무니없지만 '중대한 위법'이 확인되지 않는한 탄핵안이 인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헌법학자들은 감사원의 대통령 소속 조항은 헌법의 다른 규정과 배치된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감사원을 헌법기관으로 설정하고, 감사원장 임명에 국회 동의를 거치도록 한 점,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의 임기를 명시한 점이 그렇다는 겁니다. 비록 헌법에서 감사원 직무의 독립성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이런 규정으로 볼 때 독립성 보장은 당연한 헌법상 원칙에 해당한다는 시각입니다.

이런 이유로 향후 헌법 개정시 감사원을 아예 독립기관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습니다. 실제 선진국에서 감사원 같은 국가감사기구를 대통령 소속으로 두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가운데 독립기관이 18개, 의회 소속이 15개를 차지합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등 국가별 정부 형태와 감사원의 소속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어느 경우든 국가감사기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최우선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감사원 개편 방향은 과거에도 개헌안이 화두가 될 때마다 논의가 분출됐습니다. 그간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 방안으로 대략 세 갈래 방향이 거론됐습니다. 감사원을 독립기관으로 설치하거나, 감사원 기능을 분리해 회계검사원과 감찰원을 각각 독립기관으로 두는 안, 국회 소속의 회계검사원과 행정부 소속의 감사원을 각각 설치하는 안 등입니다. 하지만 감사원을 회계검사와 직무감찰로 분리하는 데 따른 혼선과 의회 소속으로 둘 때의 정치적 혼란 등을 고려할 때 감사원을 아예 독립기관으로 두자는 방안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선 헌법 개정에 앞서 법률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자는 움직임이 꿈틀거립니다.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감사위원회 의결사항 확대 및 공개, 독립적인 감찰관 임용, 감사의 기본원칙 법제화 등이 담긴 감사원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이런 방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가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습니다. 이번 감사원장 탄핵을 계기로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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