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 재개 어렵다
'이충재의 인사이트'를 오늘로 종료합니다. 만 35년의 기자 생할을 마감하고 12월 1일자로 한국일보 고문으로 비켜섭니다. 지난 1년 8개월 동안 뉴스레터를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생의 가치는 삶의 길이에 있지 않고, 그 삶을 무엇으로 채웠느냐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인생에서 그 가치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가 인생에서 가치를 발견하느냐 못하느냐는 몇 년을 살았다는데 있지 않고, 그것을 얻기 위해 얼마나 애썼느냐에 달려 있다. -몽테뉴 <수상록>
도어스테핑 재개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배경과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통령실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을 MBC와 기자단에 요구하면서 당분간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어서 향후 언론과 균열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태도는 중도층 이탈을 키운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발단은 지난 18일 도어스테핑 과정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설명하고 자리를 뜨려할 때 MBC기자가 뒤에 대고 질문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답변 없이 집무실로 향한 뒤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과 MBC기자 사이에 언쟁이 벌어진 겁니다. 대통령실은 이 사태를 심각하다고 보고 지난 주말 장시간 회의를 거쳐 도어스태핑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실에서는 MBC기자에 대한 기자단 자체 징계를 구체적인 후속조치로 바라는 모양새입니다. 당초 참모들이 MBC기자 청사 출입금지 조치를 건의했으나 윤 대통령이 다른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대통령실이 MBC기자에 대해 직접 대응하기보다는 도어스테핑을 중단함으로써 기자단이 알아서 조치를 취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기자단은 MBC기자에 대한 자체 징계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합니다. "품위 손상 여부 등은 판단할 영역이 아니며 징계를 논의할 수 있는 근거 규정 자체가 없다"고 답했다는 겁니다. 대통령실 기자단 상당수는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과 MBC기자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이를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연결한 것은 대통령의 편협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도어스테핑에 대한 인식차도 해결을 어렵게 합니다. 대통령실은 국정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는 것 자체가 언론에 대해 일종의 혜택을 주는 것으로 여깁니다. 기자들에게 수사 정보를 흘려주던 검사 시절과 맥을 같이합니다. 하지만 언론은 윤 대통령 본인의 의지로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최근엔 윤 대통령이 기자들 질문 전에 모두발언을 시작해 도어스테핑의 취지가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대통령과 언론의 시각차가 좁혀지지 않는한 사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안팎에서 정체된 데는 중도층의 이탈이 결정적입니다. 좀처럼 국정 운영에 탄력이 붙지 않습니다. 여권에선 다가오는 총선 패배를 걱정합니다. 여소야대 상황이 집권 후반기까지 이어지면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부터 겸손하게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 칼럼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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