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보수', 진짜 있을까
6·3 지방선거를 한달 여 앞두고 국민의힘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샤이 보수'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입니다. 여론조사에서 보수 성향을 숨기거나 응답을 회피했다가 실제 투표에서 야당 후보를 선택할 지지자들이 상당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보수 언론에서도 '숨은 표심'과 '보이지 않는 결집'을 강조하며 힘을 싣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다수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샤이 보수'는 실체 없는 허상이라는 견해를 제시합니다. 세가 불리한 보수 진영에서 희망을 걸기 위해 만들어낸 정치적 결과물이라는 분석입니다.
'샤이 보수' 주장은 최근 부산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 여론조사에서 격차가 다소 좁혀진 추세가 나타나면서 확산되는 상황입니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를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진입한 것들이 눈에 뜁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이런 흐름은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동안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관망하던 유권자들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지지정당과 후보를 결정해가는 과정이라는 해석입니다. 주변 여론 때문에 자신의 보수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던 '샤이 보수'의 집단적 반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부울경 지역 여론조사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는지도 논란입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간에 격차가 좁혀진 여론조사는 대체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ARS 조사 방식에서는 종전의 격차가 그대로 유지되는 모습입니다. 전화면접은 중도층 민심을, ARS는 정치 고관여층의 여론 반영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는 ARS가 실제 투표 결과와 일치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화면접 조사에 근거해 '샤이 보수'를 주장하는 건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합니다.
'샤이 보수'의 존재를 무당층과 연관짓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갤럽 등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지 정당 없음' 또는 '모름'이라고 답하거나 응답을 거절한 무당층 비율은 20% 중후반대로 나타납니다. 이번 지방선거 무당층 비율은 2022년 지방선거 때와 견줘 높은 편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국민의힘 지지를 접으면서 무당층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하지만 통상 무당층은 투표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샤이 보수'와는 다릅니다. '샤이 보수'는 숨기고 있던 표심을 투표장에 나가 발산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기 때문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념 지형의 변화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윤석열 내란과 탄핵, 국민의힘의 퇴행에 실망한 보수층이 무당층을 넘어 중도·진보 진영으로 옮겨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보수에서 새로 유입된 '뉴이재명' 현상이 단적인 예입니다. 보수 지지를 부끄럽게 생각하는 '샤이 보수'가 존재한다면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뉴이재명'으로 편입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샤이 보수'와 별개로 선거 막판에 보수 세력 결집 가능성은 여권에서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선거 캠페인이 막바지로 치달으면 보수든, 진보든 결집 양상을 띠는 건 당연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선 보수 결집세가 그리 두드러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보수세가 워낙 위축돼 있어 아예 투표를 표기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적지 않을 거라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선 투표율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던 지난 2022년 지방선거 투표율(50.9%)과 비슷할 거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국민의힘의 바람대로 '샤이 보수'가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야당을 찍느냐는 것은 또다른 문제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보수를 지지하다 민주당으로 넘어간 분들이 많지 않다.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것"이라며 '샤이 보수'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실체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은 '샤이 보수'라는 신기루를 찾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과거 박근혜 탄핵 후 치러진 일련의 선거에서도 보수 정당은 '샤이 보수'만 외치다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샤이 보수' 말고는 기댈 게 없는 참담한 모습이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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