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기울자 살길 찾는 권력기관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자 윤석열 정권의 권력·수사기관들의 제 살길 찾기가 가열되는 양상입니다. 검찰이 뒤늦게 내란 관련자 비화폰 서버 확보에 나섰고, 한남동 관저 이전 의혹을 묵살했던 감사원은 이제야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윤석열 신변 보호에 앞장섰던 경호처는 창설이래 처음으로 대통령 취임식 경호 연습 장면을 대대적으로 공개했습니다. 공산주의자로 몰아 철거 논란을 빚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도 2년 만에 존치로 결정됐습니다. 이들 사안 모두 정권교체시 진상규명이 불가피했던 것이어서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윤석열 파면 후 가장 기민하게 태세를 전환한 검찰이 이번엔 그간 방치해왔던 비화폰 서버와 대통령 안가 CCTV 등 핵심 증거 확보에 나서 일부 자료를 제출받았습니다. 경찰이 앞서 경호처와 협의해 비화폰 서버와 계엄 국무회의 CCTV를 임의제출 받아 수사에 성과를 내자 갑자기 동일 자료를 찾겠다고 나선 겁니다. 검찰의 이런 행태는 경찰이 그동안 3차례나 신청한 비화폰 서버와 안가 CCTV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했던 터라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검찰은 해당자료가 윤석열 내란 재판에 필요해서라고 밝혔지만 재판 시작 한 달이 훨씬 지났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명태균 게이트'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보여주기식 수사 방식도 논란입니다. 당초 검찰은 핵심 피의자 김건희가 소환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 청구를 공언했지만 빈말에 그쳤습니다. 1차 출석요구서를 보냈으나 김건희가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2차 출석 요구 등 후속 절차를 중단했습니다. 검찰이 애초 김건희를 강제조사할 의지도 없으면서 정권교체 후 제기될 늑장수사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계산이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권 방패막이를 자처했던 감사원의 돌변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감사원은 최근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을확인하기 위해 최근 한남동 관저 현장조사를 실시했는데, 윤석열 정권 출범 뒤 처음있는 일입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한남동 관저 이전 감사결과를 발표했지만, 당시엔 현장조사를 하지 않아 맹탕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관저내 '스크린골프장' 설치 의혹과 관저 정자 증축 등을 집중 점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의혹이 한창 제기될 때는 눈감고 있다가 정권교체가 유력해지자 뒤늦게 칼을 빼든 겁니다.
기세등등했던 권력기관들의 살아남기 전략은 경호처라고 예외가 아닙니다. 윤석열 체포 과정을 결사적으로 막았던 경호처는 대통령 취임식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27일 경호 훈련을 언론에 공개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경호준비 태세 모습을 언론에 알린 것은 경호처 창설 이래로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됩니다. 앞서 경호처는 경호처장의 국회 출석 의무화 등 자체 쇄신책도 발표했습니다. 경호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하고 민주당이 공약으로 경호처 축소를 내걸자 존재 필요성을 적극 알리려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각 정부 부처에서 윤석열 흔적 지우기도 본격화됐습니다. 국방부와 육사는 독립 영웅인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이유로 철거하기로 했던 장군 흉상을 원래 위치인 충무관 앞에 존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민적 반발에도 계획을 강행하려다 윤석열이 파면되고 정권이 바뀔 가능성이 높자 백지화한 겁니다. 윤석열 정부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등을 위해 법무부에 신설한 인사정보관리단도 슬그머니 해체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부실 검증으로 낙마가 잇따르는 데도 버티다 대선을 목전에 두고 조직을 없애 후환에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더 우려되는 건 이런 행태가 정권 전체의 증거 인멸 시도로 이어질 가능성입니다. 민주당은 최근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내란 정황이 들어있는 증거물 파쇄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국가정보원이 내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도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로 갑작스레 치러지는 터라 정권교체 전에 정부 관련부처에서 광범위한 증거 인멸에 나설 공산이 큽니다. 윤석열 정권의 불법 행위에 가담했던 권력·수사기관들의 행태는 반드시 규명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다수 국민의 생각입니다.
미국이 연일 주한미군 감축 등의 운을 띄우며 한국을 압박하는 모양새입니다. 한겨레신문 길윤형 논설위원은 미국이 요구하게 될 한미동맹의 재조정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대데적인 역할 변경론인데, 어느 경우든 한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수동적으로 끌려갈 게 아니라 당당하고 능동적으로 임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합니다. 👉 칼럼 보기
[아침을 열며] 친중이라는 잠꼬대
중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잇따릅니다. 경향신문 강병한 정치부장은 한국 사회에는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거나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해졌다고 걱정합니다. 사실을 말해도 '친중'이란 딱지를 붙이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는 겁니다. 차기 정부가 세워야 할 대한민국 생존 전략의 전제는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