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출마 '꽃길' 내주곤 부산엑스포 문책 인사라니
윤석열 정부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19일 단행됐지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은 실종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여권에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후 외교안보 진용을 쇄신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런 흔적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외교분야 주무장관인 박진 외교부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고, 외교안보 컨트럴타워인 조태용 안보실장은 정보수장 자리를 꿰찼습니다. 앞서 정부 엑스포 유치를 총괄한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보고 책임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도 유임됐습니다. 국가적 망신을 산 이번 엑스포 사태에서도 결국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입니다.
여권에선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후 외교∙정보라인 문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엑스포 유치 오판은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의 정보수집·분석·판단에 총체적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특히 대통령실 내부에서부터 심각한 수준의 국정 정보 오판이 발생한데 대해 김대기 비서실장 책임론이 불거졌습니다. 하지만 김 실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후문만 남기며 문책론이 사라졌습니다.
이후 엑스포 유치 실패 책임은 박 장관 등 외교라인에 집중됐습니다. 박 장관은 당초 총선용 개각에서도 유임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책임을 물어 경질하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이와함께 민심수습용으로 외교안보라인 2기 인선이 단행될 것으로 예고됐습니다. 실제 19일 발표된 인사를 보면 박 장관은 교체돼 언론에선 문책 인사라는 평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남을 출마가 굳어진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 장관도 "국민의힘이 민심을 바탕으로 믿을 수 있는 여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외형적으론 부산엑스포 유치 책임을 물은 것처럼 포장하고, 뒤로는 강남 출마라는 '꽃길'을 열어준 셈입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네덜란드 국빈방문에 박 장관을 동행시킨 것도 '문책론'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정부 고위직들이 책임을 피하는사이 엑스포 유치에 동원됐던 실무 공무원들은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국무총리 직속 엑스포 유치지원단에는 외교부, 산업부 등 수십 명이 파견 근무를 해왔는데 조만간 실시될 복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 근무했던 부서로 돌아갈 수 있을지조차 걱정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겁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관련해 외신들이 여러 비판을 쏟아냈지만 미국의 외교매체 <디플로매트>는 "한국의 외교, 전략, 정보가 모두 뒤죽박죽이었다는 점을 드러냈다"고 혹평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행된 이번 외교안보라인 인사는 무능·무책임 외교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외교진용 쇄신을 한다면서 엑스포 유치 실패에 책임이 있는 외교라인 수장을 처참하게 무너진 정보분야 책임자인 국가정보원장으로 발탁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가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철저한 책임자 문책이 요구됩니다. 대통령의 사과 한 마디로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넘어갈 사안이 아닙니다. 어디에서부터 뭐가 어떻게 잘못됐는지 점검하고 책임을 묻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기는 걸 보면 외교영역에서 이런 식의 오산이 계속될 거라는 우려를 지우기 어렵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보수진영의 상찬은 똑똑하고 세련됐다는데 모아집니다. 하지만 그가 장관으로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한겨레신문 권태호 논설위원실장은 온갖 큰소리치던 인사검증은 참혹하고 정부 소송은 패소 전문이라고 일갈합니다. "공공선을 추구하며 살아왔다"는 말은 허언이라고 말합니다. 👉 칼럼 보기
[경향의 눈] 이재명이 버려야 할 아홉켤레 구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요 정치 이슈에서 정치력을 보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특히 선거제 개편에서 지나치게 셈법에 치중하는 모습입니다. 경향신문 구혜영 논설위원은 때로 불리하고 불확실하더라도, 타협하고 양보하는 리더십이 정당 대표의 정치력인데, 이 대표는 빗장을 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