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1년 전 터진 '돈 봉투' 민주당에 득?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민주당이 위기에 내몰리면서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립니다. 사건에 연루된 현역 의원 만도 십수 명에 달하니 당장은 악재가 분명합니다. 검찰이 곶감 빼먹듯 의원들을 소환할 때마다 민주당에 '부패 정당'이란 이미지가 덧씌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가뜩이나 체력이 악화된 터라 충격파는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당분간 지지율 하락 등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선 "차라리 잘됐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후에도 이뤄내지 못한 '인적 혁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가장 큰 난제는 공천 갈등입니다.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이탈표 논란도 따지고 보면 친명계와 비명계의 공천 다툼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지도부 개편으로 수면 아래로 들어갔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분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민주당 공천 싸움이 격렬할 수밖에 없는 것은 2020년 총선에서의 압승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코로나19라는 의외의 변수가 작용했지만 내년 총선은 상황이 다릅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전체 의석의 과반만 넘으면 제1당이 될 정도로 각축을 벌일 거라는 게 대다수 선거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의석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민주당에서 총선 공천을 둘러싼 내홍이 극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여야의 총선 경쟁은 어느 당이 인적 쇄신을 제대로 하느냐에 승패가 좌우됩니다. 최근 나온 여론조사도 총선에 출마하는 국회의원을 '새인물'로 바꿔야 한다는 교체론이 60%에 달했습니다. 여론조사 기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가 1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거주지역 지역구 국회의원 재출마에 대해 57.9%가 '새인물로 교체되는 것이 좋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다시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자는 28.4%에 그쳤습니다. 기존 의원보다 새인물이 선출되기를 바라는 여론이 두 배 가량 높은 셈입니다.
현재 여의도 정가에는 '돈봉투'에 연루된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 돌고 있습니다. 리스트는 여러 종류지만 친명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이 대표가 16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면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당내 조사의 한계도 있지만 주류인 친명계를 색출해 처벌하는 데 대한 곤혹스러움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이 대표는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돈봉투 의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대비되면서 계속 부각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송영길 전 대표가 2021년 당대표 선거에서 이 대표 측의 지지를 받아 신승한 뒤 '이심송심'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대표가 송 전 대표를 감싼다면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선택할 방법은 정면돌파 외에는 없습니다. 친명, 비명을 가리지 않고 관련자는 당에서 제명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치권에선 2012년의 4∙11 총선을 거론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와 디도스 공격 사태의 여파로 박근혜 비대위가 출범했습니다. 그 직후 2008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300만 원이 들은 돈봉투를 받았다'는 고승덕 의원의 폭로로 이른바 '박희태 돈봉투 사태'가 터져 당이 궤멸 상태에 놓였습니다. 그러자 박근혜는 새누리당으로의 당명 개정, 현역 의원 대규모 물갈이 공천을 밀어붙여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습니다. 박근혜는 비대위 성공에 힘입어 그해 말 대선에서 18대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당명 개정을 포함해 모조리 바꾸겠다는 자세로 혁신에 나서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때마침 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는 당 혁신위에 대대적인 공천 혁신을 요구했습니다. 동일지역구 3선연임 제한과 현역의원 하위 30% 컷오프 등을 내세웠습니다. '돈봉투' 사태를 계기로 혁신적인 물갈이 공천을 단행하면 오히려 민주당에 득이 될 수 있습니다. 총선까지 남은 1년은 잘못을 바로잡기에 충분한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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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눈치껏 빠져줘야 했던 존재
장애인인 변재원 작가는 출근길 자신이 당했던 교통사고를 떠올립니다. 장애인에게 출근길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독자들에게 전합니다. 장애인들의 휠체어는 그때나 지금이나 '선량한' 시민들의 출근을 방해하지 않게 눈치껏 빠져줘야만 하는 존재라고 자조합니다. 장애인만 출근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출근길이 행복해질 거라는 설득이 이어지고 있다는 탄식입니다. 👉 칼럼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