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첫 TV 토론, 누가 이겼나
18일 밤 열린 대선 후보 첫 TV토론은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에도 현재의 판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번 토론이 대선의 마지막 변수가 될 거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지지 후보를 바꿀 정도의 드라마틱한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습니다. 상대 후보들로부터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선방했다는 평입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과 각을 세웠지만 득점을 올리는 데 실패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지지율 1위인 이재명을 타깃으로 열띤 공세를 펼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진보정당의 핵심 아젠다를 제시하며 존재감을 부각하려 애썼습니다.
이재명은 '굳히기 전략'에 따라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문수가 이재명의 대북송금 재판 등 '사법리스크'를 거론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펼쳤지만 '억지 기소'라고 반박하며 비교적 차분하게 대응했습니다. '민생 경제 대결'에서도 김문수가 이재명의 정부 재정 확대와 재생에너지 강화 정책 등을 들며 포퓰리즘 성격의 공약이라고 몰아붙였지만 되레 김문수가 윤석열 정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민생 실패의 공범이라고 맞받아쳤습니다. 이재명은 집권 시 성장동력 확보 등 경제정책과 미래 비전 설명에 주력했습니다.
토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한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어조와 태도)'인데, 이재명은 후보들 가운데 가장 안정감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김문수와 이준석이 집중적으로 공세를 퍼붓자 "두 분이 협공하고 있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이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는 '커피 원가 120원'과 순환 경제를 강조하는 이른바 '호텔경제론' 등의 지적에 대해 "토론문화가 부족하다"며 왜곡과 극단화를 꼬집었습니다. 특히 이준석에 대해 "논리를 너무 단순화한다" "하나만 안다"는 등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했다는 평이 나옵니다.
김문수는 가장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민생대책이라고는 '규제 철폐' 만 연발했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지원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습니다. 노동시간 연장과 노란봉투법 등 노동현안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지 못해 전 노동부장관답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국민의힘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이 명시돼 있는 것조차 몰라 이준석으로부터 핀잔을 당한 게 눈길을 끌었습니다.
국민의힘의 '아킬레스건'인 내란과 국정 실패 책임론에도 김문수는 회피에 급급했습니다. 권영국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로 인해 치르는 선거인데 무슨 자격으로 나왔냐"고 따지자 얼버무렸고, 이재명이 경제실패 책임론의 공범이라고 몰아붙이자 엉뚱하게 야당 책임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이준석은 모든 공격을 이재명 한 명에게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자기주도권 질문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이재명 공격에 활용하며 '이재명 대항마'라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로 애썼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비판을 위한 말꼬리잡기 질문이 많아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이재명 공격에 치중하다 보니 자신의 정책이나 공약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도 한계였습니다. 권영국은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노동·불평등 문제 해결 등 진보적인 의제에 집중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권영국은 이재명에게 "광장에서 멀어지면 안 된다"며 비판보다는 조언에 치중했습니다.
이날 토론에서 특히 주목을 끈 것은 김문수와 이준석이 협동해 이재명을 공격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된 상황입니다. 이준석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김문수에게 할애하며 이재명을 비판하도록 했고, 김문수도 같은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김문수와 이준석은 이재명의 과거 '셰셰 발언'을 두고 '친중국적'이라고 협공하기도 했습니다. 두 후보는 단일화와 보수표 획득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두고 상호 민감한 질문은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통상 대선 토론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 유권자가 지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일컬어집니다. 자신의 지지 후보가 뭘 잘했는지, 상대 후보는 뭘 못했는지를 위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에서 첫 TV토론은 기존에 지지하던 후보를 바꿀 정도의 큰 실수나 득점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은 총 3차례 진행되는 데 대개 1차 토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외는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지지율 흐름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중론입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경제공약으로 보수정권의 구호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똑같이 꺼내들었습니다. 한겨레신문 정남구 선임기자는 세금 깎고 임금 인상 억제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게 하겠다면 윤석열 정부 정책은 기업을 게으르고 병들게 하고, 분배의 악화와 그로 인한 내수침체를 깊게 하는 처방일 뿐이었다고 비판합니다. 👉 칼럼 보기
[정인진의 청안백안] 사법부는 안정과 절제의 표상이어야 한다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 대법원 판결의 여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처리를 두고 대법원이 택한 방식과 속도의 이례성은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정의의 지연보다는 유독 이재명에 대한 정의가 차별적으로 신속함을 걱정했어야 하며, 원칙대로 그리고 '똑같이' 했어야 마땅하다는 겁니다. 👉 칼럼 보기